실행연구(Action Research) 완전 가이드 2026: 나선형 순환 설계와 다섯 가지 타당도 보고법

수업 방식을 바꿔 봤고,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 그 과정을 논문으로 쓰고 싶다. 그런데 지도교수는 “그건 연구가 아니라 수업 후기”라고 한다. 이 지적을 넘어서게 해 주는 방법이 실행연구(Action Research)다. 실행연구는 현장을 개선하는 실천과 그 실천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연구를 하나로 묶는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느슨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기록된 순환 구조가 있어야 하고, 그 구조를 논문에 정확히 옮겨야 한다.

이 글은 실행연구를 세 부분으로 정리한다. (가) 언제 이 방법을 고르는가, (나) 나선형 순환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가, (다) 논문의 연구방법과 결과에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특히 세 번째 부분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타당도 기준이 “수업 후기”와 “실행연구 논문”을 가른다.

실행연구는 무엇이 다른가

실행연구라는 이름은 Kurt Lewin이 1940년대에 제안했고, 이후 Kemmis와 McTaggart를 거치며 계획(plan) → 실행(act) → 관찰(observe) → 성찰(reflect)의 순환이 다시 다음 순환의 계획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모형으로 정착했다. 일반적인 연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셋 있다.

  1. 연구자가 곧 실천가다.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안에서 직접 바꾸는 사람이 연구자다.
  2. 목적이 이론이 아니라 개선이다. 일반화 가능한 법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현장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3. 참여자가 대상이 아니라 공동연구자다. 특히 참여적 실행연구(PAR)에서는 현장 구성원이 문제 정의부터 함께한다.

이 세 가지 때문에 실행연구에는 일반 질적 연구와 다른 품질 기준이 필요하다. 질적 연구 방법의 신뢰성 확보 전략이 기본 토대가 되지만, 실행연구는 여기에 ‘실제로 무엇이 바뀌었는가’라는 축을 하나 더 얹는다. 그래서 아무리 정교하게 기술된 논문이라도 현장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면 실행연구로서는 미완성으로 평가된다.

세 갈래의 실행연구

  • 기술적 실행연구 — 외부에서 제시된 방법의 효과를 현장에서 검증한다. 연구자가 주도하고 참여자는 협력한다.
  • 실천적 실행연구 — 실천가 자신이 문제를 정의하고 자신의 실천을 이해하며 개선한다. 국내 교육대학원 논문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 해방적·참여적 실행연구 — 개인의 실천을 넘어 그것을 제약하는 구조와 관계까지 바꾸려 한다. 참여자가 연구의 주체가 된다.

어느 갈래인지에 따라 참여자의 역할, 연구 질문의 범위, 성공의 정의가 달라진다. 논문 첫머리에 어느 갈래를 택했는지 선언하고 시작해야 이후 서술이 일관된다. 예컨대 해방적 실행연구를 표방해 놓고 참여자가 자료 제공자로만 등장한다면, 방법 선언과 실제 수행이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가) 언제 실행연구를 고르는가

이 방법이 맞는 연구 질문

  • “내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이 문제가 나아지는가” — 개선의 주체가 연구자 자신인 질문.
  • 표준화된 해법이 없는 특수한 현장의 문제 — 이 학급, 이 병동, 이 조직에만 있는 조건이 문제의 핵심일 때.
  • 실행하면서 계획을 계속 고쳐야 하는 상황 — 처음의 설계를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일 때.
  • 결과물이 논문이면서 동시에 현장에서 쓸 프로그램이어야 할 때 — 개선안 자체가 산출물로 남아야 하는 경우.

이 방법을 고르면 안 되는 경우

  • 효과의 크기를 일반화해 주장하고 싶을 때 — 실행연구는 통제집단을 두지 않으며 대표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효과 검증이 목적이라면 준실험설계가 맞는다.
  • 현장을 바꿀 권한이 없을 때 — 개입할 수 없다면 실행연구가 성립하지 않는다.
  •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것이 목적일 때 — 사례연구나 문화기술지가 목적에 맞는다.
  • 기간이 한 학기도 안 될 때 — 순환을 최소 두 번은 돌려야 하므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나) 절차: 나선형 순환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성찰일지, 수업 녹화, 학습자 산출물 등 여러 자료원을 교차 확인하는 실행연구 삼각검증 도식
실행연구는 자료원 하나로 결론을 내지 않는다. 성찰일지와 관찰 기록과 참여자 산출물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주장이 선다.

0단계: 문제를 진단한다

순환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의 문제를 자료로 확인하는 예비 단계가 필요하다.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관찰 기록, 사전 설문, 기존 산출물 검토로 문제의 존재를 증거로 보여야 한다. 이 단계의 자료가 나중에 결과의 기준선이 된다. 문제 진단 없이 바로 프로그램부터 만든 실행연구는 “왜 하필 이 개입인가”에 답하지 못한다.

1단계: 계획(Plan)

무엇을, 왜,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문서로 만든다. 여기서 필요한 결정은 세 가지다. 개입의 구체적 내용(회기·활동·자료), 무엇이 나아지면 성공인지에 대한 조작적 정의, 그리고 그것을 무엇으로 확인할지에 대한 자료 수집 계획이다. 성공의 정의를 미리 적지 않으면 나중에 결과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게 된다.

2단계: 실행(Act)

계획을 현장에 적용한다. 이때 핵심은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을 기록하는 일이다. 실행연구에서 계획과 실행의 어긋남은 실패가 아니라 자료다. 왜 어긋났는지가 곧 현장의 조건을 드러내며, 그것이 다음 순환의 계획을 바꾼다. 매끄럽게만 서술된 실행연구가 오히려 의심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단계: 관찰(Observe)

여러 자료원을 동시에 모은다. 실행연구에서 표준적으로 쓰이는 조합은 다음과 같다.

  • 연구자 성찰일지 — 매 회기 직후 작성. 관찰한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분리해 적는 것이 원칙이다. 전자연구노트 운영 방식은 연구 노트 작성법을 참고해 형식을 정해 두면 일관성이 유지된다.
  • 현장 기록 — 수업·활동 녹화나 녹음, 관찰자 기록.
  • 참여자 산출물 — 과제, 활동지, 작품, 기록물.
  • 참여자 목소리 — 면담, 소감문, 개방형 설문.
  • 양적 지표 — 사전사후 검사, 출석률, 제출률 등 필요한 경우.

4단계: 성찰(Reflect)

모은 자료를 분석해 무엇이 일어났는지 판단하고, 다음 순환에서 무엇을 바꿀지를 결정한다. 이 결정과 그 근거가 실행연구 논문의 심장부다. 혼자만의 판단으로 끝내지 말고 동료 실천가나 참여자와 함께 검토하는 절차를 두면 뒤에서 볼 대화적 타당도가 확보된다.

5단계: 다음 순환

수정된 계획으로 순환을 다시 돈다. 최소 두 번의 순환이 필요하다. 한 번만 돌면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본 것에 그쳐 단일집단 사전사후 설계와 구별되지 않는다. 실행연구의 정체성은 첫 순환의 성찰이 두 번째 순환의 계획을 실제로 바꾸었음을 보여 주는 데 있다.

이중 역할과 윤리

현장 실천가이면서 동시에 연구자인 실행연구자의 이중 역할과 윤리적 긴장을 나타낸 그림
가르치는 사람이 연구하는 사람일 때, 동의의 자발성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 그 긴장을 관리하는 장치가 연구방법에 적혀 있어야 한다.

실행연구에서 연구자는 대개 참여자에 대해 평가 권한이나 지도 권한을 갖는다. 교사와 학생, 관리자와 직원, 간호사와 환자 관계가 그렇다. 이 구조에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다음 장치를 설계에 넣고 논문에 적어야 한다.

  • 참여 여부가 성적·평가·처우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명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
  • 동의 절차를 제3자가 진행하거나, 동의 여부를 연구자가 자료 수집 종료 시점까지 모르게 설계
  • 자료 수집과 평가 산출의 시점 분리
  • 익명화 원칙과 현장 식별 가능성에 대한 처리 방침(소규모 현장은 기관명만 가려도 특정될 수 있다)

(다) 논문에 어떻게 보고하는가

결과 장을 순환 단위로 조직한다

이것이 실행연구 논문 구조의 핵심 결정이다. 결과 장을 ‘연구 결과 1, 2, 3’처럼 주제별로 나누면 순환이 사라지고 일반 질적 연구처럼 보인다. 대신 순환을 목차의 축으로 삼는다.

  • 1차 순환 — 계획 / 실행 / 관찰 결과 / 성찰과 도출된 과제
  • 2차 순환 — 수정된 계획(그리고 왜 수정했는지) / 실행 / 관찰 결과 / 성찰
  • 순환을 가로지르는 변화 — 두 순환을 관통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 구조를 쓰면 심사위원이 “이 연구가 실행연구인가”를 묻지 않게 된다. 구조 자체가 답이기 때문이다. 각 순환의 ‘성찰’ 절 끝에는 다음 순환의 계획으로 넘어가는 한 문단을 반드시 두어, 순환과 순환이 논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문장으로 보여 준다.

다섯 가지 타당도로 품질을 논증한다

Herr와 Anderson이 정리한 다섯 가지 기준이 실행연구 논문의 품질 논증에서 널리 쓰인다. 연구방법 절 끝이나 결론 앞에 각 기준마다 한 문단씩 배치하는 것이 안전한 구성이다.

  1. 결과 타당도(outcome validity) — 연구를 촉발한 문제가 실제로 해결 방향으로 움직였는가. 개선의 증거를 제시한다.
  2. 과정 타당도(process validity) — 문제를 다루는 과정이 적절했는가. 순환이 실제로 반복되었고 자료가 다각적으로 수집되었는지를 보인다.
  3. 민주적 타당도(democratic validity) — 이해관계자들이 연구에 참여했는가. 누가 어떤 단계에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기술한다.
  4. 촉매 타당도(catalytic validity) — 연구 과정이 참여자와 연구자의 이해를 실제로 변화시켰는가. 인식 변화의 증거를 제시한다.
  5. 대화적 타당도(dialogic validity) — 동료 실천가·연구자와의 비판적 검토를 거쳤는가. 학술 연구의 동료심사에 해당하는 절차다.

바로 쓸 수 있는 모범 문장

본 연구는 연구자 자신의 실천을 개선하고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실천적 실행연구(practical action research)를 수행하였다. 실행연구는 계획·실행·관찰·성찰의 순환을 반복하며 실천과 탐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으로, 특정 현장의 문제를 그 현장 안에서 해결하려는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연구는 2026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2차의 순환으로 진행되었다. 순환에 앞서 3월 첫 2주간 예비 진단을 실시하여 문제의 존재와 성격을 확인하였다.

자료는 연구자 성찰일지(총 24회), 수업 녹화 자료(총 16차시), 참여자 활동 산출물, 참여자 개별 면담(1차 순환 종료 시점 6명, 2차 순환 종료 시점 6명), 사전사후 설문을 통해 수집하였다. 복수의 자료원을 교차 확인하여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1차 순환의 성찰 결과 소집단 구성이 참여를 촉진하기보다 특정 학생의 발언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2차 순환에서는 소집단 구성 방식을 고정 배치에서 과제별 재구성으로 변경하고, 개별 기록 시간을 발언 이전에 배치하도록 계획을 수정하였다.

연구의 질은 결과·과정·민주적·촉매·대화적 타당도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검토하였다. 특히 대화적 타당도 확보를 위해 각 순환 종료 시점마다 동료 교사 2인과 자료 및 해석을 공유하고 비판적 검토를 받았으며, 그 논의 내용을 성찰일지에 기록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에 대해 평가 권한을 가지므로, 연구 참여 여부가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사전에 안내하고 동의서 수합을 제3자가 진행하였으며, 연구자는 자료 수집이 종료된 이후에 동의 여부를 확인하였다.

심사에서 자주 지적되는 다섯 가지

  1. 순환이 한 번뿐이다 — 실행연구로 부를 근거가 사라진다.
  2. 순환 사이에 무엇이 왜 바뀌었는지가 없다 — 2차 순환이 1차의 반복에 그친다.
  3. 성찰일지가 감상문이다 — 관찰한 사실과 해석이 뒤섞여 있어 자료로 쓸 수 없다.
  4. 이중 역할에 대한 언급이 없다 — 동의의 자발성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5. 타당도 논증이 일반 질적 연구의 언어로만 되어 있다 — 개선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에 대한 증거가 빠진다.

자주 묻는 질문

실행연구는 순환을 몇 번 돌려야 하나요?

최소 두 번입니다. 한 번만 돌면 계획하고 실행한 뒤 결과를 본 것에 그쳐 사전사후 설계와 구별되지 않습니다. 실행연구의 핵심은 첫 순환의 성찰이 두 번째 순환의 계획을 실제로 바꾸었음을 보여 주는 데 있으므로, 순환 사이에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학위논문에서는 대체로 2회에서 3회가 현실적이며, 횟수보다 순환 간 변화의 근거가 분명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실행연구도 양적 자료를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습니다. 실행연구는 질적 연구의 한 갈래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료 유형을 제한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사전사후 검사 점수, 출석률, 과제 제출률 같은 양적 지표를 성찰일지·면담·관찰 기록과 함께 쓰는 혼합적 접근이 오히려 일반적입니다. 다만 양적 지표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실행연구가 아니라 단일집단 사전사후 설계가 되므로, 성찰과 순환의 기록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반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해도 되나요?

실행연구에서는 자기 현장을 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전제입니다. 다만 평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연구자라는 점에서 자발적 동의가 훼손될 위험이 있으므로 장치가 필요합니다. 참여 여부가 성적이나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명시하고, 동의 절차를 제3자가 진행하게 하거나, 자료 수집과 성적 산출 시점을 분리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이 이중 역할과 그 대응을 연구방법에 적는 것 자체가 요구 사항입니다.

실행연구와 사례연구는 무엇이 다른가요?

연구자의 위치와 목적이 다릅니다. 사례연구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깊이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며 연구자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습니다. 실행연구는 개입 자체가 연구의 일부이고, 현장의 개선이 곧 연구의 목표입니다. 같은 학교를 대상으로 해도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묻는다면 사례연구, 내가 바꾼 것이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묻는다면 실행연구입니다.

정리

실행연구를 논문으로 만드는 것은 기록의 문제다. 순환이 실제로 두 번 돌았다는 증거, 성찰이 계획을 바꾸었다는 증거, 여러 자료원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증거, 동료와 함께 해석을 검토했다는 증거. 이 넷은 나중에 만들어 낼 수 없고 진행하면서 남기는 수밖에 없다. 첫 회기 전에 성찰일지 양식과 자료 수집 일정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실행연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방법론 전체 지형에서 실행연구가 어디에 놓이는지는 연구방법론 완전 가이드에서, 교육 분야의 인접 설계는 교육학 연구방법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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