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이런 상황을 만납니다. 3년 동안 함께 돌린 실험 데이터 가운데 내 손으로 수집한 부분이 있고, 선배가 남기고 간 파일도 있고, 지도교수가 받아 온 과제로 산 장비에서 나온 것도 있습니다. 졸업한 뒤에 이 데이터로 논문을 한 편 더 써도 될까요. 반대로 선배가 남긴 데이터를 지금 내 학위논문에 써도 될까요.
이 질문에 “데이터는 원래 누구 것이다”라는 한 문장짜리 답은 없습니다. 답은 언제나 네 개의 서로 다른 문서가 겹쳐서 만들어집니다. 연구비 협약과 기관 규정, 연구참여자에게 받은 동의서, 저자됨과 기여도에 관한 규범, 그리고 연구실 내부의 합의입니다. 이 글은 그 네 층을 나누어 보여 주고, 여섯 가지 실제 상황을 하나씩 판단한 다음, 졸업 전에 반드시 정리해 두어야 할 문서를 안내합니다.
먼저 무너뜨려야 할 오해 두 가지
“내가 손으로 수집했으니 내 것이다.” 수집 노동이 곧 소유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수행된 연구의 성과물은 관련 법령과 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칙적으로 연구개발기관에 귀속되며, 연구자 개인에게 자동으로 귀속되지 않습니다. 학생 연구원이 수행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느 과제의 자금과 승인 아래에서 만들어졌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연구실 안의 자료니까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연구실은 법적 주체가 아닙니다. 데이터에는 기관의 권리, 참여자의 권리, 그리고 그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학문적 기여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붙어 있습니다. 하나가 정리되었다고 나머지가 함께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연구 진실성의 일반 원칙은 연구 진실성의 정의와 핵심 원칙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답을 만드는 네 개의 층
1층 · 연구비 협약과 기관 규정
데이터가 어느 과제에서 나왔는지가 출발점입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업 수탁과제, 교내 연구비, 개인 자비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소유와 이용 조건이 달라집니다. 기업 수탁과제라면 협약서에 비밀유지와 공표 제한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조항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효력을 갖습니다. 확인할 문서는 협약서와 소속 기관의 연구관리 규정 두 가지입니다.
2층 · 연구참여자 동의서에 적힌 이용 범위
인간 대상 연구라면 이 층이 가장 강하게 작동합니다. 동의서에는 자료의 이용 목적, 보관 기간, 파기 시점, 제3자 제공 여부가 적혀 있습니다. 거기에 “본 연구의 목적에만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면 다른 연구에 쓰는 것은 동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새로운 목적으로 쓰려면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고, 사안에 따라 재동의가 필요합니다. 심의 유형과 절차는 IRB 심의 완전 가이드에서 확인하십시오. 교육부 훈령 제5조도 연구자의 책임으로 연구대상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3층 · 저자됨과 기여도 규범
데이터를 쓸 권리와 그 논문에 이름을 올릴 자격은 다른 문제입니다. 훈령 제12조 제1항 제4호는 부당한 저자 표시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면서, 기여가 있는데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와 기여가 없는데도 부여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기여를 지우고 자기 단독 논문으로 내면 이 조항에 걸립니다. 기여도를 어떻게 나누고 표기하는지는 부당한 저자 표시와 기여도(CRediT)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4층 · 연구실 내부의 합의
법과 규정이 답하지 않는 영역이 남습니다. 졸업생이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는지, 후배가 선배 데이터를 이어받을 때 어떤 표시를 하는지, 공동 수집한 자료로 각자 논문을 쓸 때 범위를 어떻게 나누는지 같은 문제입니다. 이 층은 문서로 남겨 두지 않으면 반드시 분쟁이 됩니다. 연구데이터 관리계획을 쓰는 습관이 여기서 힘을 발휘합니다. 항목별 작성법은 연구데이터 관리계획서(DMP) 작성 튜토리얼을 참고하십시오.

하나의 층을 통과했다고 나머지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네 층을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여섯 가지 상황별 판단
1. 선배가 남기고 간 데이터를 내 학위논문에 쓴다
연구실에서 흔한 일이고,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세 가지를 확인하십시오. 그 데이터가 어느 과제 소속인지, 동의서의 이용 범위가 지금 연구를 포함하는지, 그리고 선배가 연락 가능한지입니다. 논문에는 데이터의 출처를 명시해야 합니다. 방법 절에 “본 연구의 자료 일부는 OO 과제에서 2024년에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식으로 쓰고, 기여가 큰 경우에는 공저자 여부를 지도교수와 상의합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기가 수집한 것처럼 서술하면 그것은 데이터 문제가 아니라 훈령 제12조가 말하는 위조·표절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2. 졸업한 뒤 그 데이터로 논문을 한 편 더 쓴다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약상 성과물 귀속과 동의서의 보관 기간이 먼저 걸립니다. 실무적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졸업 전에 지도교수에게 서면으로 이용 허락을 요청하고, 어느 데이터로 어떤 주제의 논문을 쓸 것인지 범위를 특정하고, 저자 구성을 미리 합의합니다. 이 세 가지를 메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대부분의 다툼이 사라집니다.
3. 공동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각자 논문을 쓴다
가장 자주 갈등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데이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연구 질문을 나눕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서로 다른 변수와 다른 이론틀로 접근하면 독립된 두 편이 됩니다. 반대로 같은 질문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 두 편으로 만들면 살라미 출판이 됩니다. 합의한 범위를 문서로 적고, 두 논문이 서로를 인용하도록 해 두십시오.
4. 기업과 함께 수행한 과제의 데이터를 학위논문에 쓴다
협약서의 비밀유지 조항과 공표 제한 조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학위논문은 도서관에 납본되고 온라인으로 공개되므로, 공표에 해당합니다. 많은 협약이 일정 기간 공개 유예나 사전 검토를 요구합니다. 대학마다 학위논문 비공개 신청 제도가 있으니 대학원 학사 규정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기업의 서면 동의를 받아 두십시오.
5. 지도교수가 준 자료로 분석만 내가 했다
이 경우 데이터 이용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저자 구성이 쟁점이 됩니다. 자료를 제공한 것도 기여이고 분석과 집필도 기여입니다. 어느 쪽이 제1저자인지, 교신저자는 누구인지를 논문을 쓰기 전에 정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훈령 제12조 제1항 제4호 다목은 지도학생의 학위논문을 지도교수 단독 명의로 게재하는 것을 부당한 저자 표시의 예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6. 공개 데이터를 받아 2차 분석을 한다
공공 마이크로데이터나 공개 저장소의 자료는 이용 조건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판단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다만 두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이용 신청서에 적은 목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 그리고 데이터셋을 참고문헌에 정식으로 인용하는 것입니다. 제공기관이 요구하는 사사 문구가 있다면 그대로 넣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옮기기 전에 문서를 먼저 옮기십시오. 나중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졸업 전에 만들어 두어야 할 네 가지 문서
- 데이터 목록. 어떤 파일이 어느 과제에서 언제 어떻게 수집되었는지,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파일명 규칙과 버전 표시가 여기 포함됩니다.
- 이용 허락 메일. 졸업 후 이용 범위와 저자 구성에 관한 지도교수의 회신을 남깁니다. 구두 합의는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르게 기억됩니다.
- 동의서와 심의 결과 사본. 인간 대상 연구라면 원본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파기 예정일이 언제인지까지 적어 둡니다.
- 인수인계 노트. 후배가 이어받을 데이터라면 측정 조건, 결측 처리 방식, 이상치 판단 기준 같은 맥락 정보를 함께 남깁니다. 이 기록이 없으면 데이터는 있어도 쓸 수 없습니다. 기록 방식은 연구 노트 작성법 실전 튜토리얼을 참고하십시오.
이미 갈등이 생겼다면
합의를 못 한 채 시간이 흘러 서로의 기억이 갈라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가장 흔한 실수는 감정이 실린 상태에서 곧바로 연구부정행위 제보로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 이용을 둘러싼 다툼은 대부분 부정행위가 아니라 합의 부재에서 나오고, 조사 절차는 합의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교육부 훈령 제6조 제3항은 대학이 “연구수행 과정에서의 갈등이나 분쟁을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따라 연구윤리센터, 산학협력단 연구관리팀, 대학원 학생상담 창구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어떤 데이터를 언제 누가 수집했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날짜와 함께 적습니다. 평가나 감정 표현은 넣지 않습니다.
- 문서를 모은다. 협약서, 동의서, 심의 결과, 메일, 연구 노트, 파일의 생성 시각.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안은 사실 확인만으로 정리됩니다.
- 당사자와 서면으로 확인한다. “제가 이해한 합의는 이러한데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일 한 통이 구두 기억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 그래도 좁혀지지 않으면 중재 창구를 이용한다. 저자 순서나 이용 범위처럼 규범 해석이 필요한 사안은 제3자가 개입할 때 훨씬 빨리 정리됩니다.
부정행위로 볼 만한 사정, 예컨대 남이 만든 데이터를 자기가 수집한 것처럼 서술했거나 기여자를 의도적으로 지운 정황이 있다면 그때는 성격이 달라집니다. 그 경우의 절차는 훈령이 정한 예비조사와 본조사로 이어집니다.
제출 전 체크리스트
- 사용한 데이터가 어느 과제에서 나왔는지 특정할 수 있는가.
- 협약서에 비밀유지나 공표 제한 조항이 있는지 확인했는가.
- 동의서에 적힌 이용 목적이 지금 연구를 포함하는가. 벗어난다면 심의를 다시 받았는가.
- 남이 수집한 데이터를 쓴 경우, 방법 절에 출처를 밝혔는가.
- 저자 구성과 기여도를 논문 작성 전에 합의했는가.
- 공개 데이터를 썼다면 이용 조건과 사사 문구를 지켰는가.
- 졸업 후 이용 계획이 있다면 서면 허락을 받아 두었는가.
자주 묻는 질문
제가 직접 수집한 데이터인데 졸업하면 못 가져가나요
수집 노동이 곧 소유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물은 관련 법령과 협약에 따라 원칙적으로 연구개발기관에 귀속됩니다. 다만 이용 허락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졸업 전에 지도교수와 기관에 이용 범위를 특정해 서면으로 요청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선배가 남긴 데이터를 제 학위논문에 써도 되나요
대체로 가능하지만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과제 소속인지, 동의서의 이용 범위가 지금 연구를 포함하는지, 그리고 방법 절에 자료의 출처를 밝혔는지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기가 수집한 것처럼 서술하면 데이터 이용 문제가 아니라 연구부정행위 영역이 됩니다.
같은 데이터로 저와 동료가 각각 논문을 써도 되나요
연구 질문과 분석이 실질적으로 다르면 가능합니다. 데이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나눈다고 생각하십시오. 합의한 범위를 문서로 남기고, 두 논문이 서로를 인용하도록 해 두면 안전합니다.
기업 과제 데이터를 학위논문에 쓸 수 있나요
협약서의 비밀유지와 공표 제한 조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학위논문은 납본과 온라인 공개를 거치므로 공표에 해당합니다. 공개 유예나 사전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대학의 학위논문 비공개 신청 제도를 함께 확인하십시오.
데이터를 준 사람도 공저자가 되어야 하나요
자료 제공만으로 자동으로 저자가 되지는 않지만, 연구 설계나 해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저자 자격이 생깁니다. 훈령은 기여가 있는데 저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것과 기여가 없는데 주는 것을 모두 부당한 저자 표시로 봅니다. 논문을 쓰기 전에 기여도를 항목별로 적어 합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학위논문에 원자료를 부록으로 실어도 되나요
자료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인간 대상 연구의 원자료는 동의서에 적힌 이용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먼저 통과해야 하고, 기업 과제 자료라면 협약의 공표 제한이 걸립니다. 실을 수 있는 경우에도 식별 정보를 제거한 형태로 싣는 것이 원칙이며, 전량을 싣기 어렵다면 자료의 구조와 변수 목록만 부록에 두고 원자료는 요청 시 제공한다고 밝히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분석 코드는 공개해야 하나요
의무인 경우와 권장인 경우가 나뉩니다. 일부 학술지는 재현성 확보를 위해 코드와 자료의 공개 또는 접근 방법 명시를 요구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는 연구데이터 관리계획을 통해 공개 범위를 미리 정하도록 합니다. 학위논문 자체에는 일반적인 공개 의무가 없지만, 코드를 공개하면 방법 서술의 신뢰도가 올라가므로 가능하면 저장소 주소를 방법 절에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제출 전 독창성 자가 점검
데이터 문제는 원고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선배의 보고서에서 방법 절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이전 과제 결과보고서의 문단을 옮겨 오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Tesify 표절 검사기로 제출 전 원고를 점검하면 그런 구간이 문장 단위로 드러나므로, 출처를 밝힐 자리와 다시 쓸 자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출처를 밝히는 일과 문장의 출처를 밝히는 일은 같은 원칙 위에 있습니다.
Tesify 표절 검사기로 제출 전 원고 점검하기 — 무료로 가입한 뒤 원고를 올리고, 표시된 구간이 인용이 필요한 자리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정리
연구 데이터의 권리는 하나의 규칙이 아니라 네 개의 문서가 겹쳐 만들어집니다. 협약과 기관 규정, 참여자 동의서, 저자됨 규범, 그리고 연구실 내부 합의입니다. 그러므로 “이 데이터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언제나 “어느 과제의 데이터이고, 동의서에 뭐라고 적혀 있으며, 누가 만들었고, 무엇을 합의했는가”라는 네 개의 질문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졸업하기 전에, 아직 모두가 같은 건물에 있을 때 문서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표절 검사와 제출 절차 전반은 학위논문 표절 검사 완전 가이드에서 이어 확인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