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으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연구도 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으면, 많은 지도교수가 설계기반연구(Design-Based Research, DBR)를 제안합니다. DBR은 실행연구(Action Research)와 자주 혼동되지만, 반복적 개입 개선과 이론 생성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독립된 연구 유형입니다. 이 글은 DBR이 실행연구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학위논문 구조로 인정받는지, 단계별로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 단계별 튜토리얼로 정리합니다.
설계기반연구란 무엇인가
설계기반연구는 교육공학·HCI(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발전한 연구 방법으로, 실제 현장(교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에서 개입(프로그램, 도구, 시스템)을 설계하고, 적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입을 개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iteration) 반복하면서, 그 과정에서 “왜 이 개입이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는가”에 대한 설계 원리(design principles)를 도출하는 연구입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 번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 개선 사이클 자체가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Wang과 Hannafin(2005)을 비롯한 여러 학자가 DBR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국내에서도 교육공학·이러닝 분야 학위논문에서 채택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블렌디드 학습 환경 설계 수요가 늘면서, 실제 현장에 적용하며 개선해 나가는 DBR의 접근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행연구와 무엇이 다른가
DBR과 실행연구는 모두 “현장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연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과 산출물이 다릅니다. 지도교수와 방법론을 상의할 때 이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심사 단계에서 “이게 실행연구와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므로 처음부터 명확히 구분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구분 | 실행연구(Action Research) | 설계기반연구(DBR) |
|---|---|---|
| 주된 목표 | 특정 현장의 문제를 실천가 스스로 개선 | 이론적으로 일반화 가능한 설계 원리 도출 |
| 산출물 | 현장 개선과 실천적 성찰 | 구체적 인공물(프로그램·도구)과 설계 원리 |
| 연구자 역할 | 실천가 자신이 연구자 | 연구자와 설계자가 협력(연구자가 실천가가 아닐 수도 있음) |
| 일반화 범위 | 해당 현장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음 | 유사 맥락에 적용 가능한 설계 원리 도출을 지향 |
쉽게 말해, 실행연구는 “내 교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답하고, DBR은 “이런 유형의 학습 환경을 설계할 때 어떤 원리를 따라야 하는가”에 답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특정 현장 개선에 그치는지, 아니면 재사용 가능한 설계 원리 도출을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선형 순환 설계와 다섯 가지 타당도로 실행연구를 이미 검토했다면 실행연구(Action Research) 완전 가이드와 비교하며 자신의 연구 목적에 어느 쪽이 더 맞는지 판단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DBR이 학위논문으로 인정되는 조건
DBR을 학위논문으로 쓰려면 다음 세 가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 이론적 출발점: 개입 설계가 어떤 학습이론이나 상호작용 이론에서 출발했는지 명시.
- 최소 2회 이상의 반복 사이클: 설계-적용-분석-개선의 사이클을 최소 두 번 이상 거쳐야 “반복적 개선”이라는 DBR의 핵심 요건을 충족.
- 설계 원리의 명시적 도출: 마지막 장에서 “이러이러한 조건에서는 이러이러한 설계 요소가 효과적이다”는 형태의 설계 원리를 구체적으로 서술.
이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냥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사례 보고”로 격하되어 학위논문 수준의 연구방법론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세 번째 요건인 설계 원리 도출은 논문 전체의 학술적 기여를 결정짓는 부분이므로, 연구 초기 단계부터 “이 연구가 끝나면 어떤 형태의 명제를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를 한 문장으로 미리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학과에 따라 DBR을 별도 방법론으로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연구계획서를 확정하기 전에 지도교수와 함께 “우리 학과 규정에서 이 방법을 학위논문 방법론으로 인정하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계별 튜토리얼: DBR 학위논문 만들기
- 1단계 — 문제 분석과 이론적 출발점 설정: 현장의 문제를 구체화하고, 관련 학습이론·상호작용이론을 검토해 초기 설계 원리(가설적 설계 원리)를 세웁니다.
- 2단계 — 1차 프로토타입 설계: 초기 설계 원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나 도구의 첫 버전을 만듭니다. 이 단계의 설계 결정 하나하나를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왜 이렇게 설계했는가”를 논문에 서술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 3단계 — 1차 적용과 자료 수집: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사용 로그, 관찰, 인터뷰, 설문 등 다각도로 자료를 수집합니다.
- 4단계 — 1차 분석과 설계 원리 수정: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무엇이 의도대로 작동했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분석하고, 설계 원리를 수정합니다.
- 5단계 — 2차 프로토타입 설계 및 적용: 수정된 설계 원리를 반영해 두 번째 버전을 만들고 다시 적용합니다.
- 6단계 — 반복 사이클 종합 및 최종 설계 원리 도출: 여러 사이클에 걸쳐 무엇이 일관되게 효과적이었는지 종합해 최종 설계 원리를 명제 형태로 정리합니다.
가상 사례로 보는 설계 원리 서술법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실제 논문에는 자신의 연구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나쁜 예: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좋은 예: “초보 학습자 대상 온라인 튜토리얼에서는, 개념 설명 직후 3분 이내에 실습 문제를 배치할 때 완주율이 1차 시행 대비 22%p 높아졌다. 이는 설명과 실습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초보 학습자의 인지 부하가 줄어든다는 설계 원리로 일반화할 수 있다.”
좋은 예는 특정 설계 요소(설명-실습 간격)와 그 효과(완주율 변화)를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른 맥락에도 적용 가능한 일반적 원리로 승격시킵니다. 이 승격 과정이 DBR 논문의 핵심 기여입니다.
자료 관리: 반복 사이클을 어떻게 기록하는가
DBR은 자료의 양이 많고 시점도 여러 번이라 정리 방법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논문 작성 단계에서 큰 혼란을 겪습니다. 사이클별로 다음 네 가지를 구분해 기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해당 사이클의 설계 결정과 그 근거
- 적용 과정에서 수집한 원자료(로그, 인터뷰 녹취, 설문 응답)
- 분석 결과와 발견한 문제점
- 다음 사이클을 위한 설계 원리 수정 사항
이 네 항목을 사이클마다 표로 정리해두면, 논문의 방법론 장과 결과 장을 쓸 때 사이클 간 변화를 훨씬 명확하게 서술할 수 있습니다. DBR은 정량·정성 자료를 함께 다루는 혼합연구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 자료 유형을 어떻게 통합해 서술할지 막막하다면 혼합 연구 방법(Mixed Methods) 완전 가이드의 통합 전략 부분을 함께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DBR과 다른 방법론의 위치 확인하기
DBR이 질적·양적·혼합연구라는 큰 분류 체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헷갈린다면, 연구방법론 완전 가이드에서 다루는 전체 방법론 지형을 먼저 훑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DBR은 개입 설계와 반복 개선이라는 실용적 목적과, 이론적 설계 원리 도출이라는 학술적 목적을 함께 가지는 응용연구 방법으로 이해하면 다른 방법론과의 위치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연구 질문을 사이클 구조에 맞게 쓰는 법
DBR의 연구 질문은 일반 연구방법과 달리 “설계 원리를 향한 질문”이어야 합니다. 아래는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나쁜 예: “온라인 튜토리얼이 학습에 효과적인가?”
좋은 예: “초보 프로그래밍 학습자를 위한 온라인 튜토리얼에서, 어떤 피드백 제공 방식과 실습 배치 구조가 완주율과 개념 이해도를 높이는가? 반복되는 설계-적용 사이클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는 설계 원리를 도출한다.”
좋은 예는 “효과가 있는가/없는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설계 요소가 효과적인가”를 묻습니다. 이 질문 형태 자체가 반복적 사이클과 설계 원리 도출이라는 DBR의 논리 구조를 이미 담고 있습니다.
DBR 학위논문 표준 목차
DBR 학위논문은 일반 논문과 장 구성이 다소 다릅니다. 표준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차를 취합니다.
- 서론: 현장 문제와 연구 목적
- 이론적 배경: 개입 설계의 근거가 되는 이론과 초기 가설적 설계 원리
- 연구방법: DBR 접근을 선택한 이유, 사이클 수, 참여자, 자료 수집·분석 방법
- 1차 사이클: 설계, 적용, 분석, 발견한 문제점
- 2차 사이클(이상): 수정된 설계, 재적용, 재분석
- 종합 및 설계 원리: 사이클을 관통하는 설계 원리를 명제 형태로 정리
- 결론: 이론적·실무적 함의, 한계, 후속 연구
4장과 5장이 “1차 사이클”, “2차 사이클”처럼 사이클 단위로 나뉘는 것이 일반 논문과 가장 크게 다른 구조적 특징입니다. 사이클이 세 번 이상이라면 장을 더 늘리거나, 하나의 장 안에 절로 구분해 서술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심사위원회에 목차를 제출하기 전에, 각 장에서 실제로 다룰 자료 목록을 미리 한 줄씩 메모해두면 제안서 단계에서부터 “이 장에 무엇을 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심사에서 자주 지적받는 세 가지 실수
첫째, 사이클이 한 번뿐이다. 한 번의 설계-적용만으로는 “반복적 개선”이라는 DBR의 핵심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최소 두 번 이상의 사이클을 계획 단계에서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설계 원리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이 학교의 3학년 2반에는 이 방법이 통했다”처럼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일반화가 안 되고, “학습에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처럼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새로운 기여가 없습니다. 적정 수준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설계 요소가 어떤 효과를 낸다”는 형태입니다.
셋째, 평가가 만족도 조사에 그친다. 사용자 만족도만으로는 설계 원리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부족합니다. 실제 학습 성과, 행동 로그, 완주율 등 더 객관적인 지표를 함께 수집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실수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이클이 한 번뿐이면 설계 원리를 검증할 기회가 없고, 검증 기회가 없으면 원리를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서술하게 되며, 객관적 지표 없이는 애초에 무엇을 근거로 원리를 도출했는지조차 불분명해집니다. 연구계획 단계에서 사이클 수, 평가 지표, 원리 서술 수준을 함께 설계해두면 이 세 실수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AI로 DBR 논문 초안 잡을 때 주의할 점
사이클별 자료 요약이나 문헌 검토는 AI로 초안을 잡을 수 있지만, 설계 원리를 도출하는 핵심 논증만큼은 연구자가 직접 자료를 재검토하며 작성해야 합니다. AI가 사이클 간 인과관계를 실제보다 과장되게 서술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설계 요소 덕분에 이 결과가 나왔다”는 문장은 반드시 실제 자료(로그, 인터뷰 인용)로 뒷받침되는지 직접 확인한 뒤 사용해야 합니다. 교육 현장 관찰 자료를 다루는 AI 활용 원칙 전반은 교육학·유아교육 논문 AI 활용법에서 다루는 관찰 기록 익명화와 교육적 함의 서술 원칙을 DBR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Tesify로 사이클별 자료를 표로 정리하는 초안을 잡은 뒤, 설계 원리 도출 문단은 자신이 직접 자료를 다시 읽으며 완성하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BR은 교육공학 전공에서만 쓸 수 있나요?
A. 교육공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지만, HCI, 소프트웨어공학, 조직 개입 연구 등 반복적으로 인공물이나 프로그램을 개선하며 설계 원리를 도출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합니다.
Q. 사이클마다 다른 참여자를 대상으로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오히려 다른 맥락(다른 학급, 다른 학기)에서 설계 원리가 일관되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참여자 구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방법론 장에서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Q. 정량적 자료와 정성적 자료를 함께 써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DBR은 대체로 혼합연구 성격을 띱니다. 로그 데이터 같은 정량적 지표와 인터뷰·관찰 같은 정성적 자료를 함께 쓰면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가”와 “왜 그렇게 변했는가”를 모두 설명할 수 있어 설계 원리의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Q. 사이클 중간에 지도교수가 방향을 바꾸라고 하면 기존 사이클 자료는 버려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방향이 바뀌었다면 그 자체가 “초기 설계 원리가 현장에서 왜 수정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기존 사이클을 버리기보다, 왜 수정이 필요했는지를 다음 사이클의 출발점으로 서술하면 오히려 DBR 특유의 반복적 개선 논리가 더 잘 드러납니다.
설계기반연구는 “한 번 만들고 끝”이 아니라 “만들고, 적용하고, 배우고, 다시 만드는” 반복의 기록입니다. 최소 두 번의 사이클을 확보하고, 사이클마다 설계 결정과 근거를 꼼꼼히 기록하고, 마지막에 재사용 가능한 설계 원리로 종합하면 심사에서 인정받는 DBR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사이클을 시작하기 전에 위 표준 목차를 미리 인쇄해두고 각 장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하면서 진행하면, 논문 후반부에 자료를 어떻게 배치할지 몰라 헤매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반복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첫 사이클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DBR의 강점입니다. 첫 시도의 부족한 지점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다음 사이클에서 어떻게 보완했는지 보여주는 것 자체가 논문의 설득력을 높이는 자료가 됩니다. 결국 DBR 학위논문의 완성도는 반복 횟수 자체보다, 각 사이클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 배움이 다음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얼마나 투명하게 기록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