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논문의 한 문단을 한국어로 옮겨 이론적 배경에 넣습니다. 유사도 검사를 돌려도 그 부분은 표시되지 않습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에 같은 한국어 문장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학생이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번역해서 쓰면 안 걸리는구나.”
이 결론은 두 가지 이유로 틀렸습니다. 첫째, 교육부 훈령은 번역 표절을 명시적으로 표절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걸리느냐 아니냐 이전에 규범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둘째, 유사도 검사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은 번역 표절이 무엇인지, 왜 특히 위험한지, 그리고 외국어 문헌을 한국어 논문에 정당하게 옮겨 쓰는 네 가지 방법이 무엇인지를 정리합니다.
훈령은 번역 표절을 따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 제1항 제3호는 표절을 정의하면서 네 가지 유형을 가목부터 라목까지 열거합니다. 그 마지막이 이것입니다.
라.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다른 세 유형이 각각 “그대로 활용”,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 “독창적인 생각을 활용”을 다루는 것과 나란히, 번역이 독립된 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번역은 표절 판정을 흐리는 장치가 아니라, 명문으로 규정된 표절 유형입니다. 국내 규범이 이 점을 별도 조항으로 못 박아 둔 이유는 그만큼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조문이 금지하는 것은 번역 자체가 아니라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번역 활용입니다. 출처를 밝히고 옮기는 것은 정상적인 학술 활동이며, 오히려 국내 연구가 해외 논의를 소개하고 검토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인용과 표절을 가르는 일반 원리는 인용과 표절의 차이를 정리한 가이드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번역 표절이 특히 위험한 세 가지 이유
- 검사 도구가 놓치는 만큼 저자도 방심한다. 유사도 리포트가 깨끗하게 나오면 문제가 없다고 믿게 되고, 그 상태로 제출됩니다. 표절 검사 결과가 곧 면죄부가 아니라는 점은 학위논문 표절 검사 완전 가이드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 정작 발견하는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심사위원이다. 심사위원은 그 분야의 주요 문헌을 이미 읽은 사람입니다. 낯익은 논지가 낯선 문체로 등장하면 원문을 떠올립니다. 특히 개념 정의나 분류 체계처럼 특징적인 부분일수록 알아보기 쉽습니다.
- 번역투가 문체 문제로 되돌아온다. 원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간 한국어는 어색해집니다. 그 어색함이 심사에서 지적되고, 지적을 따라가다 보면 출처 없는 번역 구간이 드러납니다.

번역은 경로를 바꿀 뿐 출처를 없애지 못합니다. 표시가 필요한 지점은 그대로 남습니다.
다섯 가지 유형 — 내 원고가 어디에 해당하는가
- 직역 후 무출처. 원문 한 문단을 그대로 옮기고 인용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라목에 정면으로 해당합니다.
- 번역 후 문장 손질. 옮긴 뒤 어순과 어휘를 다듬어 원문 흔적을 지우고 출처를 붙이지 않는 경우. 라목과 나목에 함께 걸립니다.
- 여러 논문을 번역해 이어 붙이기. 세 편의 영어 논문에서 각각 한두 문단씩 옮겨 하나의 절로 엮는 경우입니다. 국문 문헌으로 같은 일을 하면 짜깁기 표절이 되고, 번역이 개입해도 성격은 같습니다.
- 번역서를 읽고 원서를 인용하기. 실제로 본 것은 한국어 번역본인데 참고문헌에는 원서만 올리는 경우입니다. 표절과는 결이 다르지만 부정확한 인용이고, 번역본의 쪽수와 원서의 쪽수가 달라 검증이 불가능해집니다.
- 번역기 출력을 검토 없이 넣기. 기계 번역 결과를 읽지 않고 붙여 넣으면 원문에 없던 내용이 섞이거나 의미가 뒤집히는 일이 생깁니다. 출처를 밝혔더라도 잘못 옮긴 내용을 원저자의 주장으로 제시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됩니다.
정당하게 옮겨 쓰는 네 가지 방법
1. 번역 직접인용 — 원문을 그대로 옮길 때
원저자의 표현 자체가 중요할 때 씁니다. 옮긴 문장을 따옴표로 묶고 저자·연도·쪽수를 표시한 뒤, 필자가 번역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각주나 괄호에 “필자 번역” 또는 “번역은 필자에 의한 것임”이라고 적으면 충분합니다. 개념 정의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부분은 원문을 각주에 병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요약과 재구성 — 내용을 소화해 다시 쓸 때
대부분의 경우 이쪽이 맞습니다. 원문을 읽고 덮은 뒤 자기 문장으로 요지를 정리하고, 문단 안에 출처를 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원문의 문장 순서와 논지 전개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면 어휘를 다 바꿔도 구조 표절이 됩니다. 순서를 자기 논지에 맞게 재배열하는 것까지가 요약입니다. 요약과 재구성의 기준은 올바른 인용 방법 완전 가이드에 직접인용·간접인용의 구분과 함께 정리되어 있습니다.
3. 참고문헌 표기 — 어느 판본을 보았는지 밝히기
실제로 읽은 판본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번역서를 읽었다면 번역서를 올리고, 필요하면 원서 정보를 함께 병기합니다. 외국어 문헌의 정렬 규칙과 번역 병기 방식은 외국어 문헌 참고문헌 표기법에 KCI와 APA 기준으로 나와 있습니다.
4. 표와 그림 — 번역해도 저작권은 남는다
원문의 표나 그림에 든 항목명을 한국어로 바꾸어 실으면, 그것은 새로 만든 표가 아니라 번역한 표입니다. 캡션에 출처를 밝히고, 상업 학술지의 도판이라면 재사용 허락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층은 연구윤리가 아니라 저작권 문제이므로 별도로 작동합니다.
같은 문단을 네 가지 방식으로 처리해 보면
추상적인 원칙보다 한 사례를 끝까지 따라가는 편이 빠릅니다. 영어 논문에 이런 취지의 문단이 있다고 해 봅시다. 어떤 개념을 세 가지 하위 차원으로 나누고, 각 차원을 한 문장씩 설명한 뒤, 기존 연구가 두 번째 차원을 놓쳐 왔다고 지적하는 구성입니다.
- 처리 A · 그대로 옮기고 출처 없음. 세 차원의 이름과 설명, 지적의 순서까지 그대로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훈령 라목에 해당합니다. 심사위원이 그 논문을 알고 있다면 세 차원의 조합만으로 출처를 알아봅니다.
- 처리 B · 어휘를 바꾸고 출처 없음. 차원의 이름을 다른 한국어 낱말로 바꾸고 문장을 길게 늘였습니다. 옮긴 티는 줄었지만 분류 체계 자체가 원저자의 독창적 기여이므로, 훈령 다목의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 걸립니다. 바꿔 쓰기는 출처 표시의 대체재가 아닙니다.
- 처리 C · 요약하고 출처 표시. 세 차원을 소개하되 자기 연구가 다루는 두 번째 차원을 중심으로 순서를 재배열하고, 문단에 저자와 연도를 답니다. 정상적인 문헌 검토입니다. 원문에서 온 것은 분류 체계이고 배열과 강조는 필자의 것이므로, 기여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 처리 D · 직접인용하고 번역 표시. 원저자의 정의 문장이 그 자체로 중요할 때, 해당 한 문장만 따옴표로 묶고 저자·연도·쪽수를 표시한 뒤 필자 번역임을 밝힙니다. 개념 정의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곳에 적합합니다.
C와 D의 차이는 분량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원저자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중요하면 C, 어떻게 말했는지가 중요하면 D를 씁니다. 그리고 A와 B의 공통점은 하나뿐입니다. 출처가 없다는 것입니다. 번역의 정교함은 이 판단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번역기와 AI 번역을 쓸 때의 원칙
번역 도구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부 훈령의 연구부정행위 목록에 번역 도구 사용이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실무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 원문을 반드시 직접 읽는다. 번역 결과만 읽고 인용하면, 도구가 잘못 옮긴 문장을 원저자의 주장으로 제시하게 됩니다. 이것은 번역 표절이 아니라 부정확한 인용이고, 심사에서 더 치명적입니다.
- 도구 출력은 초안일 뿐이다. 기계 번역은 원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 구조 표절의 위험을 오히려 높입니다. 옮긴 뒤 자기 논지에 맞게 다시 구성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구별 학술 번역 정확도의 차이는 한영 논문 번역 AI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용 사실을 기록해 둔다. 어떤 도구를 어느 범위로 썼는지 적어 두면, 나중에 문체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이 됩니다. 학교나 학술지가 도구 사용 고지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 — 내 한국어 논문을 영어로 옮겨 투고할 때
국내 학술지에 실은 자기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 저널에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번역 표절이 아니라 중복 게재 문제가 됩니다. 훈령 제12조 제1항 제5호의 부당한 중복게재는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고,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절차는 세 가지입니다. 국내 게재본을 참고문헌에 인용하고, 투고하려는 저널의 규정에서 번역 게재 허용 여부를 확인하고, 커버레터에 사정을 밝히는 것입니다. 다수의 국제 저널은 이중 언어 게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허용하는 경우에도 원 게재지의 동의와 명시적 고지를 요구합니다.

언어를 바꾸는 것은 새 논문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방향이 반대일 뿐 규범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제출 전 체크리스트
- 외국어 문헌에서 옮겨 온 문단마다 출처가 붙어 있는가.
- 직접인용으로 옮긴 부분에 따옴표와 쪽수, 그리고 필자 번역 표시가 있는가.
- 요약한 문단이 원문의 문장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가.
- 실제로 읽은 판본이 참고문헌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가. 번역서를 읽고 원서만 올리지는 않았는가.
- 번역해 실은 표와 그림의 캡션에 출처가 있는가.
- 번역 도구를 쓴 구간에서 원문을 직접 확인했는가.
- 자기 한국어 논문을 번역해 투고하는 경우, 원 게재본을 인용하고 저널 규정을 확인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영어 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쓰면 표절 검사에 걸리지 않는데, 그래도 문제인가요
문제입니다. 교육부 훈령 제12조 제1항 제3호 라목은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를 표절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사도 검사에 표시되지 않는 것은 도구의 대조 범위 문제일 뿐이며, 규범 위반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번역해서 인용 표시를 하면 되나요
됩니다. 조문이 금지하는 것은 번역 자체가 아니라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번역 활용입니다.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면 따옴표와 쪽수, 필자 번역 표시를 넣고, 요약했다면 자기 문장으로 재구성한 뒤 문단에 출처를 답니다.
번역서를 읽었는데 참고문헌에 원서를 올려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읽은 판본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번역서를 읽었다면 번역서를 올리고 필요하면 원서 정보를 병기하십시오. 쪽수가 서로 달라 검증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번역기를 쓴 것 자체가 연구부정행위인가요
아닙니다. 훈령의 연구부정행위 목록에 번역 도구 사용이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다만 원문을 직접 읽지 않고 번역 결과만으로 인용하면 부정확한 인용이 되고, 기계 번역은 원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 구조 표절의 위험을 높입니다. 소속 기관이 도구 사용 고지를 요구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하십시오.
내 한국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 저널에 내도 되나요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사라지지는 않으므로 중복 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 게재본을 인용하고, 투고하려는 저널의 규정에서 허용 여부를 확인하며, 커버레터에 사정을 밝히십시오. 다수의 국제 저널은 원 게재지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영문 초록을 쓸 때 다른 논문의 문장 구조를 참고해도 되나요
초록의 전형적인 틀, 예컨대 목적과 방법과 결과와 결론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구성은 관용적인 형식이므로 참고해도 됩니다. 그러나 특정 논문의 문장을 어휘만 바꿔 옮기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연구의 의의를 서술하는 문장처럼 저자의 판단이 들어간 부분은 그대로 가져오면 표절이 됩니다. 구조는 참고하되 내용은 자기 연구의 것으로 채우십시오.
한국어 논문에 영어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원어 표현이 중요한 경우에는 원문을 따옴표로 묶어 그대로 싣고 저자·연도·쪽수를 표시한 뒤, 필요하면 각주에 번역을 덧붙입니다. 다만 논문 전체의 가독성을 고려해 본문에는 번역을 두고 원문을 각주로 내리는 구성이 더 일반적입니다. 어느 쪽이든 소속 학과나 학술지의 양식 안내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제출 전 독창성 자가 점검
번역 구간은 유사도 검사에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저자 스스로 표시해 두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원고를 쓰는 동안 외국어 문헌에서 옮겨 온 문단에는 임시 표시를 붙여 두고, 제출 전에 그 표시를 하나씩 열어 출처가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하십시오. 국문 구간은 Tesify 표절 검사기로 함께 점검하면 인용을 빠뜨린 자리가 문장 단위로 드러납니다. 점수를 낮추는 도구가 아니라 표시가 필요한 자리를 찾아내는 도구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Tesify 표절 검사기로 인용 누락 구간 확인하기 — 무료로 가입한 뒤 원고를 올리고, 표시된 구간과 번역 구간을 함께 점검해 보십시오.
정리
번역 표절은 회색지대가 아닙니다. 교육부 훈령이 표절의 네 유형 가운데 하나로 명시적으로 규정해 둔 항목입니다. 검사 도구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규범과 무관하고, 실제로 발견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 분야를 아는 사람입니다. 옮겨 쓰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됩니다. 옮긴 자리에 출처를 남기고, 실제로 읽은 판본을 정확히 표기하고, 원문의 순서가 아니라 자기 논지의 순서로 재구성하십시오. 그 세 가지를 지키면 번역은 표절이 아니라 학문적 기여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