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물 계열 학위논문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만 논문에 써야 한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다. 서론의 배경 설명, 후속 연구의 비교 대상, 때로는 분석 자체의 원자료까지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와 쓰는 일이 이 분야에서는 표준적인 관행이다. 문제는 어떤 데이터베이스가 신뢰할 만한지, 어떻게 인용해야 하는지, 국내 기관이 제공하는 자료와 해외 자료를 어떻게 병행하는지 아무도 정리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글은 국내 화학·생물학 학위논문에서 실제로 쓰이는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화합물·유전자·단백질·생물다양성 네 갈래로 정리하고, 각 자료의 인용법과 함께 실험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대응도 다룬다. 실험 결과 자체를 논문에 어떻게 쓸지는 실험이 실패했거나 재현이 안 됐을 때 FAQ에서, 화학 논문 특유의 인용 형식은 화학 논문 ACS 인용 스타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합물 정보 — PubChem과 국내 화학물질정보시스템
PubChem(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NCBI 운영)은 화합물의 구조, 물성, 생물학적 활성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데이터베이스다. 화합물의 CID(Compound ID)를 확보하면 IUPAC명, SMILES, 분자량, 독성 정보까지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어 서론의 화합물 소개나 물성 비교표의 출처로 자주 쓰인다. 화학구조 정보의 또 다른 축은 ChemSpider(영국왕립화학회 운영)로, PubChem에 없는 일부 화합물이나 다른 데이터베이스와의 교차 참조에 유용하다. 국내 자료로는 화학물질안전원의 화학물질정보시스템(NCIS)이 국내 유통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정보와 국내 법령상 분류를 제공해, 안전성 평가나 환경 규제를 다루는 논문에서 해외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단백질 정보 — NCBI, UniProt, PDB
생물학 논문에서 유전자 서열을 다룬다면 NCBI의 GenBank가 사실상 표준 출처다. 논문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 서열을 인용할 때는 이름이 아니라 접근번호(accession number)로 특정해야 재현 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점이 국내 심사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단백질 서열과 기능 정보는 UniProt에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PDB(Protein Data Bank)에서 조회하며, 구조 논문을 쓴다면 PDB ID를 그림 캡션과 방법 절 양쪽에 명시하는 것이 관행이다. 대사 경로나 유전자 네트워크를 다루는 연구는 KEGG(교토 유전자·게놈 백과사전)가 경로도(pathway map)와 함께 국내 학위논문에서 자주 인용된다. 국내 자원으로는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가 국내에서 생산된 유전체 자료의 기탁·조회 창구 역할을 한다.

생물다양성·표본 정보 — GBIF와 국립생물자원관
생태·분류학 계열 논문이라면 GBIF(지구생물다양성정보기구)가 전 세계 표본과 관찰 기록을 집계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다. 국내 종 분포나 고유종을 다룬다면 국립생물자원관과 국가생물다양성정보공유체계(K-BIS)가 국내 표본 정보와 종 목록의 표준 출처이며, 국내 학회지 투고 시 학명과 국명을 이 기관의 최신 목록에 맞춰 표기하는 것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해양생물을 다룬다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MABIK)이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한다. 표본 데이터를 인용할 때는 GBIF의 DOI 기반 다운로드 인용 기능을 쓰면, 어떤 검색 조건으로 몇 건을 내려받았는지가 그대로 재현 가능한 인용으로 남아 방법 절 작성이 훨씬 수월해진다.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인용할 때 무엇을 적어야 하나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할 때 국내 화학·생물 학위논문에서 요구하는 최소 정보는 다음과 같다. 데이터베이스명과 버전(또는 조회일), 접근번호나 ID(있는 경우), 접속 URL, 접속일이다. 예시 문장은 「본 연구에서 사용한 유전자 서열은 NCBI GenBank(accession no. XX000000)에서 확보하였다(접속일: 2026.03.15.)」처럼 쓴다. ACS 스타일을 따르는 화학 논문이라면 데이터베이스 인용 형식이 일반 문헌과 다르므로 화학 논문 ACS 인용 스타일에서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 인용 규칙을 별도로 확인한다. 여러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료를 조합해 하나의 데이터셋을 구성했다면, 각 출처를 개별적으로 밝히고 조합 과정(필터링 기준, 제외 기준)도 방법 절에 함께 서술해야 한다.
공개 데이터로 논문을 쓸 때와 직접 실험 결과를 쓸 때의 차이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자료로 2차 분석 논문을 쓴다면, 실험 설계 대신 데이터 선정 기준과 필터링 절차가 방법 절의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GenBank에서 특정 유전자의 서열을 여러 종에서 모아 계통분석을 한다면, 어떤 검색어와 필터로 서열을 골랐는지, 품질이 낮은 서열을 어떤 기준으로 제외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재현 가능하다. 직접 수행한 실험 결과와 공개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함께 쓰는 혼합 연구라면, 두 자료의 출처와 신뢰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고찰에서 한계로 짚어주는 것이 관행이다. 실험 자체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결과를 어떻게 정직하게 보고할지는 이미 다룬 FAQ의 원칙을 그대로 따른다.
데이터베이스 버전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요
PubChem, UniProt 같은 데이터베이스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논문 작성 시점과 심사 시점 사이에 화합물 정보나 서열 주석이 바뀌는 일이 흔하다. 이 때문에 조회 시점을 반드시 접속일로 명시해 두어야 하며, 데이터베이스가 버전 번호를 제공한다면(예: UniProt의 릴리스 번호) 그 버전도 함께 기록한다. 논문 작성이 오래 걸려 최종 제출 전에 데이터가 크게 바뀌었다면, 최신 버전으로 다시 확인하고 변경 사항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재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접근번호 자체가 삭제되거나 병합되는 경우(특히 오래된 GenBank 항목)도 있으므로, 최종 제출 직전 인용한 모든 접근번호가 여전히 유효한지 한 번씩 재확인하는 절차를 넣는다.

계통분석 논문에서 자료를 고르는 실제 절차
계통분류학이나 분자진화 연구에서 GenBank 서열을 모아 계통수를 그리는 논문을 예로 들어 보자. 절차는 대체로 다섯 단계를 따른다. 첫째, 대상 유전자(예: 미토콘드리아 COI 유전자)와 대상 분류군을 정한다. 둘째, GenBank에서 해당 유전자명과 분류군으로 검색해 후보 서열을 모은다. 셋째, 서열 길이와 품질(모호 염기 비율, N 함량)을 기준으로 낮은 품질의 서열을 제외한다. 넷째, 같은 종의 중복 서열이 여러 개면 대표 서열을 정하는 기준(가장 긴 서열, 가장 최근 등재본 등)을 세운다. 다섯째, 최종적으로 남은 서열의 접근번호 전체를 표로 만들어 부록에 싣는다. 이 다섯 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 없이 「눈으로 보고 골랐다」고 서술하면 재현 불가능한 방법 절이 되어 심사에서 지적받는다.
화학 실험 논문에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경우
합성이나 물성 측정 중심의 화학 논문이라도 공개 데이터베이스는 여러 지점에서 쓰인다. 새로 합성한 화합물의 물성을 기존 문헌값과 비교할 때 PubChem이나 문헌 DB에서 참고값을 가져오고, 분광 데이터(NMR, IR, MS)의 예상 패턴을 검증할 때도 데이터베이스의 표준 스펙트럼을 참고한다. 독성이나 환경 영향을 다루는 논문이라면 화학물질안전원의 NCIS에서 해당 물질의 규제 등급과 노출 기준을 확인해 서론과 고찰에 인용한다. 이처럼 실험 중심 논문에서도 데이터베이스 인용은 「배경 설명 한 문장」에 그치지 않고, 결과를 해석하는 근거로 직접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수치와 직접 측정한 수치를 표에서 명확히 구분해 표기한다.
데이터베이스 자료의 신뢰도를 스스로 판단하는 법
모든 공개 데이터베이스가 같은 수준으로 검증되어 있지는 않다. NCBI, UniProt, PDB처럼 전문 큐레이터가 등재 자료를 검토하는 기관과, 이용자가 직접 자료를 올리는 개방형 저장소는 신뢰도가 다르다. 큐레이션이 약한 자료를 인용해야 한다면, 원 논문이나 원 실험 기록까지 함께 확인해 교차검증하는 것이 안전하다. 접근번호에 「예측(predicted)」이나 「미검증(unreviewed)」 표시가 붙어 있다면 그 사실을 방법 절이나 고찰에서 반드시 밝히고, 확정된 값처럼 서술하지 않는다. 이런 자료의 한계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태도는 실험이 실패했거나 재현이 안 됐을 때 FAQ에서 다루는 원칙과 그대로 통한다.
대학 도서관을 통해서만 접근되는 자료도 있나요
공개 데이터베이스와 별개로, Reaxys, SciFinder처럼 대학이 구독료를 지불해야 쓸 수 있는 상업 데이터베이스도 화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인다. 이런 자료는 대학 도서관 포털을 통해 접속해야 하며, 졸업 후에는 접근 권한이 사라지므로 논문에 필요한 조회 결과나 캡처는 재학 중에 미리 저장해 둔다. 상업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할 때도 공개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원칙, 즉 데이터베이스명·조회일·검색 조건을 방법 절에 남기는 것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청이 필요한 인가용 자료도 있나요
대부분의 화학·생물 데이터베이스는 별도 신청 없이 즉시 접근할 수 있지만, 임상 검체나 인체유래물 관련 자료, 국내 코호트 유전체 자료처럼 개인정보와 직결된 자료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나 질병관리청 산하 기관을 통한 정식 신청과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인가용 자료는 사회과학 계열의 국가 통계 원자료 신청 절차와 구조가 비슷해서, 공공 마이크로데이터 2차분석 튜토리얼에서 다루는 신청·승인·코드북 확인의 흐름을 그대로 참고할 수 있다. 승인까지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으므로, 이런 자료가 논문에 필요하다면 연구계획서 단계에서 미리 신청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개 데이터, 논문 데이터 모두 결국 출처 표기의 문제
화학·생물 논문의 데이터 출처 표기는 다른 전공에서 데이터 출처를 다루는 방식과 원리가 다르지 않다. 어떤 데이터베이스에서, 어떤 조건으로, 언제 가져왔는지를 남기면 심사위원과 후속 연구자 모두 같은 자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관광학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국가승인통계와 빅데이터, 산업 자료를 조합해 논문 데이터를 구성하는 절차를 요구하는데, 이 조합의 논리는 관광 논문 데이터 출처 총정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어느 자료가 국가기관 통계이고 어느 자료가 민간·개방형 자료인지」를 구분해 밝히는 습관에서 출발한다. 화학·생물 논문도 이 구분(공인 기관 큐레이션 자료 vs. 개방형 등재 자료)을 방법 절에서 분명히 하면 데이터 신뢰도에 대한 심사 질문에 미리 답한 셈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PubChem과 ChemSpider 중 어느 쪽을 먼저 찾아야 하나요?
PubChem을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등재된 화합물 수가 더 많고 국내 학위논문에서도 더 널리 인용됩니다. PubChem에 없는 화합물이거나 다른 데이터베이스와의 교차 확인이 필요할 때 ChemSpider를 함께 씁니다.
공개 데이터베이스 자료만으로 학위논문을 써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생물정보학, 계통분류학처럼 공개 데이터의 2차 분석 자체가 표준 연구방법인 세부 전공이 많습니다. 다만 지도교수와 학과가 실험실 기반 실험을 요구하는 전공이라면 사전에 논문 방향을 확인해야 합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내려받은 원자료를 논문 부록에 실어야 하나요?
전체 원자료보다는 분석에 사용한 접근번호 목록이나 검색 조건을 표로 부록에 싣는 것이 관행입니다. 대용량 원자료는 별도의 데이터 저장소(예: 학교 기관 리포지터리)에 올리고 논문에는 그 링크를 남기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해외 데이터베이스와 국내 데이터베이스에서 같은 화합물의 정보가 다르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드문 일은 아닙니다. 등재 시점이나 측정 조건 차이로 수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어느 값을 채택했는지와 그 근거를 방법 절이나 각주에 명시합니다. 두 값의 차이가 결과 해석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다면 고찰에서 그 차이 자체를 논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데이터베이스 스크린샷을 논문에 그대로 캡처해서 실어도 되나요?
화면 레이아웃 전체를 캡처하기보다는 필요한 수치나 그래프만 추출해 논문 형식에 맞는 표나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데이터베이스의 로고나 UI 요소가 그대로 노출된 캡처는 피하고, 재구성한 자료 아래에는 반드시 원 데이터베이스명과 접속일을 출처로 명시합니다.
국내 학회지 투고 시 추가로 요구되는 것
대한화학회, 한국생물과학협회 계열 학회지에 투고할 계획이 있다면, 해외 데이터베이스만 인용하고 국내 상응 기관의 자료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경우 심사에서 「국내 규정·기준과의 정합성」을 추가로 요구받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논하면서 해외 안전 기준만 인용하고 국내 화학물질관리법상 분류를 언급하지 않으면, 국내 적용 가능성을 별도로 물어보는 식이다. 처음부터 해외 데이터베이스와 국내 상응 기관 자료를 나란히 확인하고 병기하는 습관을 들이면, 학위논문 심사와 이후 학회지 투고 두 단계에서 같은 지적을 두 번 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정리
화학·생물 논문의 공개 데이터베이스는 화합물은 PubChem·ChemSpider·NCIS, 유전자·단백질은 GenBank·UniProt·PDB·KEGG, 생물다양성은 GBIF·국립생물자원관으로 갈래를 나눠 접근하면 헤매는 시간을 크게 줄인다. 인용은 데이터베이스명, 접근번호, 접속 URL, 접속일 네 항목을 빠짐없이 적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 할 일은 자기 연구에서 이미 참고한 데이터베이스 목록을 적어 보고, 각 항목의 접속일과 버전을 지금 다시 확인해 기록해 두는 것이다. 목록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참고문헌을 정리할 때 빠뜨리는 항목이 줄어들고, 데이터베이스별 검색 조건과 접근번호를 미리 표로 정리해 두면 결과 장을 쓰다가 「이 수치를 어디서 가져왔더라」를 다시 찾아 헤매는 시간도 함께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