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물 논문을 처음 쓰는 대학원생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은 내용이 아니라 문체입니다. 실험은 제대로 했는데 시제가 절마다 뒤죽박죽이거나, 단위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거나, 학명을 이탤릭 없이 그냥 써버리는 식의 실수는 내용과 무관하게 심사위원에게 “전공 관행을 모른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 글은 화학·생물 논문에서 지켜야 할 문체 규칙을 시제, 단위, 명명법, 능동태·수동태 선택까지, 그리고 국문·영문 초록의 차이까지 정리했습니다. 규칙 자체는 학과나 학술지마다 미세하게 다를 수 있으므로,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학과 스타일 가이드나 지도교수의 관행을 우선해야 합니다. 문체는 내용과 별개로 취급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심사위원이 논문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첫 인상 역할을 하므로 초고 단계부터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화학·생물 전공은 실험 데이터의 정확성만큼이나 그 데이터를 기술하는 언어의 정확성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규칙들은 국제단위계(SI) 안내서와 국제 명명 규약, 그리고 여러 학술지 스타일 가이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관행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처음 접하면 규칙이 많아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습관이므로 초반에 시간을 들여 정리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입니다. 아래 순서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논문을 쓰는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므로, 장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해당 규칙을 점검해보는 방식으로 활용하기를 권하며, 이 글 전체를 인쇄해 실험 노트 옆에 두고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규칙을 단번에 외우려 하기보다, 자신의 초고를 쓰면서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 가장 오래 남는 학습 방식입니다.
왜 화학·생물 논문은 문체가 따로 필요한가
화학·생물 논문은 재현 가능성이 생명입니다. 다른 연구자가 같은 절차를 따라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므로, 방법 절의 문장 하나하나가 정확한 시제와 단위로 기술되어야 합니다. 인문사회 논문에서는 논지 전개가 중요하지만, 화학·생물 논문에서는 정확성과 일관성이 논지 전개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문사회 논문 문체로 화학·생물 논문을 쓰면, 방법 절이 모호해지고 결과 절이 주관적으로 읽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국내 학위논문은 국문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아, 영어 논문의 관행을 그대로 직역하면 오히려 어색한 한국어 문장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두 언어의 관행을 절충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지도교수마다 이 절충의 정도를 다르게 요구할 수 있으므로, 실험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선배들의 논문을 여러 편 읽어보며 감각을 익히는 것이 가장 빠른 학습법입니다.
절별 시제 규칙
화학·생물 논문의 시제는 절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국제 관행입니다. 이 규칙을 모르고 논문 전체를 한 시제로 통일해버리면 오히려 관행을 어긴 것이 됩니다.
| 절 | 기본 시제 | 이유 |
|---|---|---|
| 서론(일반 사실·이론) | 현재형 | 여전히 참인 일반적 지식이기 때문 |
| 서론(선행연구 인용) | 과거형 | 특정 시점에 수행된 연구이기 때문 |
| 방법 | 과거형 | 이미 완료된 절차이기 때문 |
| 결과 | 과거형 | 이미 관찰된 사실이기 때문 |
| 고찰(해석·일반화) | 현재형 | 현재도 유효한 해석이기 때문 |
| 그림·표 설명 | 현재형 | 독자가 지금 보고 있는 자료이기 때문 |
예를 들어 방법 절에서는 “시료를 3회 세척하였다”처럼 과거형으로 쓰고, 고찰 절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언급할 때는 “이 세척 절차는 오염을 최소화한다”처럼 현재형으로 일반화해서 쓰는 식입니다. 이 구분이 흐트러지면 심사위원이 “이 문장이 이번 연구의 절차인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절차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지적하게 됩니다. 국문 논문에서는 영어처럼 시제가 형태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하였다”(완료), “~한다”(일반화)처럼 어미를 의식적으로 구분해 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결과 절 안에서도 “표 1에서 보듯이”처럼 표·그림을 가리키는 문장은 현재형을 쓰고, 실제 측정 결과를 서술하는 문장은 과거형을 쓰는 이중 구조가 자주 나타나므로 이 둘을 섞어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단위 표기: SI 단위와 유효숫자
국제단위계(SI)를 기본으로 쓰고, 숫자와 단위 사이는 한 칸 띄우는 것이 원칙입니다(예: “25 °C”, “5 mL”). 국제도량형국(BIPM)의 SI 안내서는 섭씨온도 기호 °C와 퍼센트 기호 % 앞에도 한 칸을 띄우도록 하고, 평면각의 도·분·초 기호(°, ′, ″)만 숫자에 붙여 쓰는 예외로 둡니다(예: “30°”). 다만 국문 논문이나 일부 학술지는 퍼센트를 숫자에 붙여 쓰는 관행을 따르기도 하므로, 소속 학과의 지침을 먼저 확인하고 논문 전체에서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유효숫자는 측정 장비의 정밀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통일해야 하며, 논문 전체에서 같은 측정값에 대해 유효숫자 자릿수를 다르게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저울로 측정한 질량값을 어떤 곳에서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다른 곳에서는 넷째 자리까지 쓰면 심사에서 일관성 부족으로 지적받습니다.
흔히 틀리는 단위 표기
- “25℃”처럼 한 글자짜리 기호를 쓰거나 숫자에 붙여 쓰는 경우 → “25 °C”처럼 띄어 쓰는 것이 SI 표기
- 리터를 소문자 “l”로 쓰는 경우 → 숫자 1과 혼동되므로 대문자 “L” 사용 권장
- 마이크로를 “u”로 대체하는 경우 → 그리스 문자 “µ”를 정확히 입력해야 함
- 농도 단위를 “M”과 “mol/L”로 혼용하는 경우 → 논문 전체에서 하나로 통일
표와 그림에서 자주 나오는 단위 오류
본문에서는 단위를 정확히 썼는데 표나 그림의 축 레이블에서는 단위를 빠뜨리거나 다른 표기법을 쓰는 경우가 실제로 자주 발견됩니다. 그래프의 y축에 단위 없이 숫자만 적혀 있으면,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표를 만들 때는 열 제목에 변수명과 단위를 함께 적는 것(예: “온도(°C)”, “농도(mg/L)”)이 표준이며, 본문에서 같은 변수를 언급할 때도 같은 단위 표기를 그대로 써야 합니다. 그래프 소프트웨어(Origin, Excel, R 등)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축 레이블은 기본값이 영문 약어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문 논문에 삽입하기 전에 국문 레이블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생물 논문의 학명 표기 규칙
생물학적 종명(학명)은 이탤릭체로 쓰고, 속명은 대문자로 시작하며 종소명은 소문자로 시작합니다(예: Escherichia coli). 논문에서 같은 종을 처음 언급할 때는 전체 학명을 쓰고, 이후에는 속명을 약어로 줄여 쓸 수 있습니다(예: 처음 Escherichia coli, 이후 E. coli). 다만 한 논문 안에서 여러 속의 학명을 다룰 때 약어가 겹치면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약어로 줄이기 전에 혼동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림이나 표 안에서도 학명 이탤릭 규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본문에서는 이탤릭으로 쓰고 표 안에서는 정자체로 쓰는 식의 불일치가 없도록 확인해야 합니다. 국문 논문에서 학명을 한글로 병기할 때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처럼 국문명 뒤에 괄호로 학명을 이탤릭으로 넣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재배 식물의 품종명을 함께 표기해야 하는 경우, 품종명은 이탤릭이 아닌 정자체로 작은따옴표 안에 쓰는 것이 재배식물 국제명명규약(ICNCP)의 규칙이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화학 논문의 명명법: IUPAC 규칙
화합물 이름은 IUPAC(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 명명 규칙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며, 관용명을 쓸 경우 처음 등장할 때 IUPAC 명칭을 괄호로 함께 표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화학식은 아래첨자와 위첨자를 정확히 구분해야 하며(예: H₂O, Ca²⁺), 반응식은 좌우 원소 수가 맞는지(질량 보존) 제출 전에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반응 조건(온도, 촉매, 용매)은 반응 화살표 위아래에 작은 글씨로 표기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유기화학 논문에서는 구조식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IUPAC 명칭과 구조식이 서로 일치하는지 한 번 더 대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능동태와 수동태, 언제 무엇을 쓰는가
전통적으로 화학·생물 논문의 방법 절은 수동태(“시료가 세척되었다”)로 쓰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최근에는 능동태(“본 연구에서는 시료를 세척하였다”)를 허용하거나 권장하는 학술지 스타일 가이드도 있습니다. 능동태가 문장을 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과나 학술지에 따라 여전히 수동태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논문을 시작하기 전에 대상 학술지나 학과의 최근 논문 몇 편을 살펴보고 관행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논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문 초록과 영문 초록의 시제 차이
국문 초록에서는 목적부터 결과까지 “~하였다”, “~로 나타났다”처럼 완료형 어미로 서술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영문 초록(Abstract)에서는 목적은 현재형(This study aims to…) 또는 과거형, 방법과 결과는 과거형(Samples were collected…), 결론은 현재형(These findings suggest…)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문 초록을 영문으로 그대로 직역하면 시제가 뒤섞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문 초록은 국문 초록의 번역이 아니라 영어 학술 문체 규칙에 맞춰 별도로 다시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수식·화학식 편집 도구
복잡한 화학식이나 반응 메커니즘은 ChemDraw, ChemSketch 같은 전용 편집 프로그램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글이나 워드의 그리기 기능으로 화학식을 그리면 인쇄 시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기호가 깨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최종 제출 전에는 전용 프로그램에서 내보낸 고해상도 이미지나 벡터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식 편집기는 한글 수식, 워드 수식, MathType, LaTeX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며, 소속 학과가 요구하는 제출 형식(HWP, DOCX, PDF)에 따라 호환성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지도교수와 문체를 미리 맞춰두는 법
같은 학과 안에서도 지도교수마다 능동태·수동태 선호, 유효숫자 자릿수, 그래프 소프트웨어 선호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초고를 쓰기 전에 지도교수가 최근 지도한 논문 한두 편을 받아 문체를 살펴보고, 애매한 부분은 미리 질문해두는 것이 나중에 전체 원고를 다시 고치는 수고를 줄여줍니다. 특히 실험실마다 정해진 표 서식이나 그래프 스타일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배 논문의 표·그림 서식을 그대로 참고하는 것도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공동 저자가 여러 명인 실험실 논문이라면, 저자마다 문체 습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초고를 취합한 뒤 전체를 한 번 더 통일하는 최종 편집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제출 전 점검 체크리스트
- 방법·결과 절은 과거형, 고찰의 일반화 문장은 현재형으로 구분했는가
- 숫자와 단위 사이 띄어쓰기를 SI 안내서 또는 학과 지침에 맞춰 통일했는가
- 같은 측정값의 유효숫자 자릿수를 논문 전체에서 통일했는가
- 표·그림의 축 레이블과 열 제목에 단위를 정확히 표기했는가
- 생물 학명을 이탤릭으로, 속명 대문자·종소명 소문자로 표기했는가
- 화합물명이 IUPAC 규칙을 따르거나 관용명과 함께 병기되었는가
- 반응식의 좌우 원소 수(질량 보존)를 확인했는가
- 능동태·수동태를 논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유지했는가
- 영문 초록을 국문 초록의 직역이 아니라 별도로 검토했는가
- 화학식·수식을 전용 프로그램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삽입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방법 절을 능동태로 써도 되나요?
능동태를 허용하거나 권장하는 학술지도 있습니다. 다만 학과·학술지 관행을 먼저 확인하고, 논문 전체에서 일관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명 약어를 언제부터 써도 되나요?
해당 종의 전체 학명을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부터 약어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속의 학명이 등장할 때 약어가 겹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SI 단위가 아닌 관행적 단위(예: cal)를 써도 되나요?
학과나 학술지가 관행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SI 단위(J 등)를 기본으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관행 단위를 쓸 경우 SI 환산값을 괄호로 병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표와 본문에서 유효숫자가 다르게 나왔어요. 어떻게 맞추나요?
원자료의 측정 정밀도를 기준으로 유효숫자 규칙을 먼저 정하고, 표와 본문 모두 그 규칙에 맞춰 반올림해야 합니다. 표 작성 후 본문 서술과 반드시 대조해야 합니다.
화학식을 워드로 그려도 되나요?
간단한 화학식은 가능하지만, 반응 메커니즘처럼 복잡한 구조는 ChemDraw 같은 전용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쇄 해상도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수동태로 쓴 기존 원고를 능동태로 바꿔야 하나요?
지도교수나 학술지가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다면 굳이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논문 안에서 능동태와 수동태를 뒤섞어 쓰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문 초록은 국문 초록을 번역만 하면 되나요?
직역보다는 영어 학술 문체의 시제 관행(방법·결과 과거형, 결론 현재형 등)에 맞춰 별도로 다시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듭니다.
그래프 소프트웨어가 만든 영문 축 레이블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국문 논문이라면 국문 레이블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프트웨어 기본값을 그대로 두면 심사에서 일관성 부족으로 지적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 저자가 여러 명인데 문체를 어떻게 통일하나요?
초고를 취합한 뒤 한 사람이 전체를 최종 편집하며 시제, 단위, 능동태·수동태를 일관되게 맞추는 단계를 별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품종명은 학명과 표기 방식이 다른가요?
네, 재배 식물의 품종명(cultivar)은 이탤릭이 아닌 정자체로 작은따옴표 안에 표기하는 것이 재배식물 국제명명규약(ICNCP)의 규칙입니다.
반응식의 원소 수가 안 맞는데 어떻게 확인하나요?
반응물과 생성물 각 원소의 개수를 좌변과 우변에서 각각 세어 비교하고, 계수를 조정해 양쪽이 정확히 일치하는지 손으로 다시 계산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동위원소나 이온을 표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동위원소는 원소 기호 왼쪽 위에 질량수를, 이온은 원소 기호 오른쪽 위에 전하를 표기합니다. 위첨자와 아래첨자의 위치가 뒤바뀌지 않았는지 제출 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 문체 규칙들을 어디까지 지켜야 통과되나요?
규칙을 완벽히 지키지 않았다고 논문이 곧바로 반려되지는 않지만, 여러 규칙이 누적되어 어긋나면 심사위원이 전체 완성도를 낮게 평가하게 되므로 초고 단계부터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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