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프로그램 참여자의 이직률이 낮았다”는 결론은 얼핏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두 집단의 관찰 기간이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한쪽은 3년을 지켜봤고 다른 쪽은 1년만 지켜봤다면, 이직률이 낮은 이유가 프로그램 때문인지 덜 오래 지켜봐서인지 구별할 수 없다. 그리고 아직 이직하지 않은 사람들, 즉 관찰이 끝날 때까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분석이 생존분석(Survival Analysis)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사건사 분석(event history analysis)이라고도 부른다. 종속변수가 “사건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사건까지 얼마나 걸렸는가”이며, 아직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사례의 정보까지 버리지 않고 쓴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글은 생존분석을 세 부분으로 정리한다. (가) 언제 이 분석을 고르는가, (나) 절단 처리부터 콕스 모형까지의 절차와 각 단계의 결정, (다) 논문에 무엇을 어떻게 보고하는가.
(가) 언제 생존분석을 고르는가
이 분석이 맞는 연구 질문
두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면 생존분석이다.
- 결과가 사건까지 걸린 시간이다.
- 관찰이 끝날 때까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이름 때문에 의학 연구 전용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적용 범위는 훨씬 넓다.
- 대학원생이 입학 후 몇 학기 만에 중도탈락하는가. 실제로 대학원 중도탈락률 통계가 보여 주는 단순 비율은 언제 이탈이 집중되는지를 말해 주지 못하는데, 생존분석은 바로 그 시점 구조를 드러낸다.
- 신입사원이 입사 후 몇 개월 만에 이직하는가.
- 창업기업이 몇 년째에 폐업하는가.
- 환자가 퇴원 후 언제 재입원하는가.
-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제도를 언제 도입하는가.
왜 다른 분석으로는 안 되는가
- 로지스틱 회귀 — 사건 발생 여부만 보고 언제를 버린다. 1개월 만에 이직한 사람과 35개월 만에 이직한 사람이 똑같이 ‘1’이 된다.
- 일반 회귀 — 사건이 일어난 사람만 분석에 넣을 수밖에 없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의 정보를 통째로 잃는다.
- 단순 비율 비교 — 관찰 기간이 다른 집단을 비교할 수 없다.
이 분석을 고르면 안 되는 경우
- 모든 사례에서 사건이 이미 관찰되었고 기간도 동일할 때 — 절단이 없다면 일반 회귀로 충분하다.
-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그 횟수가 관심사일 때 — 계수형 자료 모형이나 반복사건 생존모형이 필요하다.
- 시간의 흐름 자체가 아니라 시점별 수준 변화가 궁금할 때 — 이때는 종단연구 설계에서 다루는 성장모형 계열이 맞는다.
절단(censoring)을 이해하는 것이 절반이다

절단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관찰이 끝난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것은 우측절단이며 세 가지 경로로 생긴다. 연구 종료 시점까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 추적에 실패한 경우, 다른 사건이 먼저 일어나 관찰이 불가능해진 경우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전제가 무정보 절단(non-informative censoring) 가정이다. 절단된 이유가 사건 위험과 무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직 연구에서 “회사를 그만두려는 사람들이 설문에도 응답하지 않고 사라졌다”면, 절단 자체가 사건 위험을 담고 있어 이 가정이 깨진다. 이 경우 생존율이 실제보다 높게 추정된다. 검증할 수는 없지만 논문에서 반드시 논해야 할 가정이다.
(나) 절차: 여섯 단계와 각 단계의 결정
1단계: 시작 시점과 사건을 정의한다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자주 흐릿하게 넘어가는 단계다. 세 가지를 문장으로 확정해야 한다.
- 시간의 원점 — 언제부터 시간을 세는가. 입학일인가 등록일인가, 진단일인가 수술일인가. 원점이 사람마다 다른 사건이면 안 되고, 모두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 시점이어야 한다.
- 사건의 조작적 정의 — 무엇을 사건으로 볼 것인가. ‘중도탈락’이 자퇴만인가, 제적을 포함하는가, 수료 후 미졸업도 포함하는가. 이 정의 하나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변수 정의를 확정하는 방식은 연구 변수 설정과 조작적 정의의 절차를 그대로 쓰면 된다.
- 시간의 단위 — 일, 개월, 학기, 연도 중 무엇으로 셀 것인가. 사건이 이산적 시점에만 일어날 수 있다면(예: 학기 단위) 동점 처리 방식도 함께 정해야 한다.
2단계: 절단 규칙을 정한다
관찰 종료일을 확정하고, 각 사례가 사건으로 끝났는지 절단으로 끝났는지를 판정하는 규칙을 만든다. 자료 파일에는 최소 두 개의 열이 필요하다. 관찰 기간과 사건 여부(1=사건, 0=절단)다. 이 두 열이 생존분석 자료의 기본 형태이며,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곳이 사건 여부를 반대로 코딩하는 것이다.
3단계: 카플란-마이어로 생존곡선을 추정한다
카플란-마이어 추정은 사건이 일어난 시점마다 조건부 생존확률을 계산해 곱해 나가는 방식이다. 결과는 계단 모양의 생존곡선이며, 여기서 세 가지 정보를 얻는다.
- 중앙생존기간 — 절반이 사건을 겪기까지 걸린 시간. 곡선이 0.5선과 만나는 지점이다. 관찰 기간 안에 절반이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추정 불가이며, 그 사실을 그대로 적어야 한다.
- 특정 시점 생존율 — 1년 생존율, 3년 생존율처럼 실무적으로 의미 있는 시점의 값.
- 사건이 집중되는 구간 — 곡선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 개입 시점을 정하는 실천적 함의가 여기서 나온다.
4단계: 집단을 비교한다
두 개 이상 집단의 생존곡선이 다른지 검정하는 표준 방법이 로그순위검정(log-rank test)이다. 모든 시점에 동일한 가중치를 주므로 후기의 차이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초기의 차이가 중요하다면 이른 시점에 더 큰 가중치를 주는 Breslow(일반화 Wilcoxon) 검정을 함께 본다. 어느 검정을 왜 골랐는지를 밝혀야 하며, 여러 검정 중 유의한 것만 골라 보고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5단계: 콕스 비례위험모형으로 공변량을 통제한다
카플란-마이어는 한 번에 하나의 범주형 변수만 다룰 수 있다. 여러 변수를 동시에 통제하려면 콕스 비례위험모형으로 간다. 이 모형의 출력이 위험비(hazard ratio, HR)다.
- HR = 1 — 두 집단의 사건 발생 위험이 같다.
- HR > 1 — 위험이 높다. HR = 1.5면 매 시점에서 사건이 일어날 위험이 1.5배다.
- HR < 1 — 위험이 낮다. 보호 효과로 해석한다.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 두자. 위험비는 확률의 비가 아니라 순간 위험률의 비다. “HR이 1.5이므로 이직 확률이 1.5배”라고 쓰면 부정확하다. “매 시점의 이직 위험이 1.5배 높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반드시 95% 신뢰구간을 함께 보고한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는지가 유의성 판단의 근거다.
6단계: 비례위험 가정을 점검한다

콕스 모형의 이름에 들어 있는 ‘비례위험’이 곧 가정이다. 집단 간 위험의 비가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뜻이며, 이것이 깨지면 위험비 하나로 전 기간을 요약할 수 없다. 점검 방법은 세 가지다.
- 로그-마이너스-로그 그림 — 집단별 곡선이 평행하면 가정이 지켜진 것이고, 교차하면 위배다.
- Schoenfeld 잔차 검정 — 잔차가 시간과 상관을 보이면 위배다. 가장 널리 쓰이는 형식적 검정이다.
- 시간의존 공변량 검정 — 변수와 시간의 상호작용항을 넣어 유의한지 본다.
위배 시 대응은 층화 콕스 모형, 시간의존 콕스 모형, 구간별 위험비 추정, 제한평균생존시간 같은 대안 지표로 전환하는 것이다. 가정 점검을 아예 하지 않은 콕스 모형 논문은 심사에서 거의 예외 없이 지적된다. 다른 검정의 전제 확인과 함께 처리하는 순서는 논문 통계 분석 기법 선택과 결과 해석의 흐름을 따르면 정리된다.
표본은 인원수가 아니라 사건 수로 센다
생존분석의 검정력을 결정하는 것은 관찰 인원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수다. 콕스 모형에서는 공변량 하나당 사건 10~20건을 확보하라는 경험칙이 널리 쓰인다. 500명을 3년간 추적했어도 사건이 25건뿐이라면 공변량을 두세 개 이상 넣기 어렵다. 설계 단계에서 표본 수가 아니라 예상 사건 수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이유다.
(다) 논문에 어떻게 보고하는가
연구방법 절에 들어갈 여덟 가지
- 시간의 원점과 그 선택 근거
- 사건의 조작적 정의(포함과 배제를 모두 명시)
- 절단의 정의와 절단이 발생한 경로별 처리
- 관찰 종료일과 시간 단위
- 카플란-마이어 추정과 집단 비교 검정(어느 검정을 왜 썼는지)
- 콕스 모형에 투입한 공변량과 그 선정 근거
- 비례위험 가정 점검 방법
- 경쟁위험이 존재한다면 그 처리 방식
결과 절에 넣을 것
- 중앙 추적기간과 총 관찰인시(person-time). 관찰 기간이 다른 표본에서는 필수다.
- 사건 수와 절단 수, 그리고 절단 경로별 내역.
- 카플란-마이어 곡선. 이때 곡선 아래에 위험 노출 인원(numbers at risk) 행을 반드시 붙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남은 인원이 적어 곡선이 불안정해지는데, 이 행이 없으면 독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 중앙생존기간과 95% 신뢰구간, 주요 시점 생존율.
- 콕스 모형 결과표 — 변수별 위험비, 95% 신뢰구간, 유의확률. 단변량과 다변량 결과를 나란히 놓는 것이 관례다.
- 비례위험 가정 점검 결과.
바로 쓸 수 있는 모범 문장
본 연구는 사건 발생까지의 시간을 종속변수로 하고 관찰 종료 시점까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하므로 생존분석을 적용하였다. 시간의 원점은 입학 등록일로, 사건은 학적상 자퇴 또는 제적으로 정의하였으며, 수료 후 미졸업 상태는 사건으로 보지 않고 절단 처리하였다.
관찰 종료일은 2026년 2월 28일이며, 종료 시점까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와 타 기관 전출로 추적이 불가능해진 사례를 우측절단으로 처리하였다. 시간 단위는 학기로 하였다.
생존함수는 카플란-마이어 방법으로 추정하였고, 집단 간 생존곡선의 차이는 로그순위검정으로 검정하였다. 초기 시점의 차이가 연구 관심사에 포함되어 Breslow 검정 결과를 함께 제시하였다. 다변량 분석에는 콕스 비례위험모형을 사용하였으며, 위험비와 95% 신뢰구간을 제시하였다.
비례위험 가정은 로그-마이너스-로그 그림과 Schoenfeld 잔차 검정으로 확인하였다. 모든 공변량에서 잔차와 시간의 상관이 유의하지 않아 가정이 충족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총 412명을 평균 5.8학기(중앙값 6학기) 추적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68건의 사건이 발생하였고 344건이 절단되었다. 전체 표본의 중앙생존기간은 관찰 기간 내에 도달하지 않아 추정되지 않았으며, 4학기 시점 생존율은 87.4%(95% CI 83.9~90.9), 8학기 시점 생존율은 79.1%(95% CI 74.6~83.6)였다.
다변량 콕스 모형에서 지도교수 배정 지연은 사건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다(HR = 1.82, 95% CI 1.21~2.74, p = .004). 이는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매 시점의 중도탈락 위험이 1.82배 높음을 의미한다.
심사에서 자주 지적되는 다섯 가지
- 시간의 원점이 불명확하다 — 언제부터 세었는지가 없으면 기간의 의미가 없다.
- 위험 노출 인원 행이 없다 — 곡선 후반부의 신뢰도를 독자가 판단할 수 없다.
- 비례위험 가정을 점검하지 않았다 — 콕스 모형에서 가장 흔한 결함이다.
- 위험비를 확률비로 서술한다 — “1.5배 더 이직한다”는 부정확한 표현이다.
- 경쟁위험을 무시했다 — 다른 사건이 먼저 일어나 관심 사건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인데 단순 절단으로 처리했다.
자주 묻는 질문
생존분석은 의학 연구에서만 쓰나요?
아닙니다. 이름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종속변수가 사건까지 걸린 시간이고 관찰이 끝날 때까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씁니다. 대학원 중도탈락까지의 학기 수, 신입사원 이직까지의 개월 수, 창업기업의 폐업까지의 기간, 정책 도입까지의 시간이 모두 전형적인 적용 대상입니다. 사회과학에서는 사건사 분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절단된 사례는 그냥 제외하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절단된 사례는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3년간 관찰했는데 사건이 없었다면 최소한 3년은 사건 없이 버텼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사건이 빨리 일어난 사람만 남아 사건 발생 시점이 체계적으로 앞당겨지고, 결과가 심하게 왜곡됩니다. 생존분석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 절단 정보를 버리지 않고 쓰는 데 있습니다.
비례위험 가정이 위배되면 어떻게 하나요?
네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첫째, 가정을 어기는 변수를 층화변수로 돌려 층화 콕스 모형을 씁니다. 둘째, 시간의존 공변량을 넣어 효과가 시간에 따라 변하도록 모형화합니다. 셋째, 추적 기간을 구간으로 나누어 구간별로 위험비를 추정합니다. 넷째, 비례위험을 전제하지 않는 제한평균생존시간 같은 지표로 바꿉니다. 어느 쪽이든 가정 점검 결과와 대응 방법을 논문에 반드시 적어야 합니다.
생존분석에 표본이 몇 명 필요한가요?
전체 인원수보다 실제로 발생한 사건 수가 결정적입니다. 콕스 모형에서는 공변량 하나당 사건 10건에서 20건을 확보하라는 경험칙이 널리 쓰입니다. 500명을 관찰했더라도 사건이 25건뿐이라면 공변량을 두세 개 이상 넣기 어렵습니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 표본 수가 아니라 예상 사건 수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
생존분석에서 통계 프로그램이 해 주는 일은 사실 마지막 10%다. 나머지 90%는 시간의 원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 무엇을 사건으로 셀 것인가, 절단을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라는 정의의 문제이고, 이 세 가지는 자료를 만들기 전에 결정되어야 한다. 정의가 흔들린 채로 돌린 콕스 모형은 위험비가 아무리 예쁘게 나와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결과에는 위험 노출 인원과 가정 점검 결과를 반드시 붙인다. 양적 설계 전반의 위치는 양적 연구 방법 가이드에서, 방법론 전체 지형은 연구방법론 완전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