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에 주제어를 넣었더니 결과가 세 편입니다. 그중 두 편은 10년 전 자료이고 한 편은 학회 발표문입니다. 지도교수는 “그 주제로 쓸 수 있겠느냐”고 묻고, 본인도 확신이 없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주제를 버립니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비었다는 것과 연구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실무적으로 열에 여덟은 검색어의 문제입니다. 한국어 학술 데이터베이스는 표현이 조금만 달라도 다른 문헌을 반환하고, 같은 개념이 분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주제를 버리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확인 절차와, 그럼에도 정말 문헌이 없을 때 논문을 성립시키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1단계 — 검색어를 다섯 방향으로 넓힌다

먼저 쓴 검색어를 그대로 두고, 다음 다섯 방향으로 각각 다시 검색하십시오.
- 동의어와 유사 표현 — 같은 개념을 다르게 부르는 말. 실무 용어와 학술 용어가 다른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 상위 개념어 — 한 단계 넓은 범주로 올라가 검색합니다. 결과가 많아지면 그중 본 주제에 해당하는 것을 골라냅니다.
- 영어 표현 — 국내 연구가 없어도 해외 연구가 축적된 경우가 많습니다. 국문 초록만 한국어인 논문도 검색에 걸립니다.
- 인접 학문의 용어 — 같은 현상을 심리학은 A로, 사회학은 B로, 경영학은 C로 부릅니다.
- 통제어휘 — 데이터베이스가 색인에 쓰는 표준 주제어입니다. 자연어 검색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다섯 번째가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저자가 쓴 표현이 아니라 색인 담당자가 부여한 표준 주제어로도 문헌을 묶어 두는데, 이 주제어로 검색하면 표현이 달라 놓쳤던 문헌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별로 검색 옵션이 다르므로, 각 시스템의 특성을 알고 쓰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기본 사용법은 RISS·DBpia·KCI에서 선행연구 찾고 내려받는 법에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2단계 — 한 편에서 거꾸로 뻗어 나간다
검색으로 찾은 세 편 중 가장 가까운 한 편을 골라 두 방향으로 확장하십시오. 이것을 하지 않고 검색만 반복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시간 낭비입니다.
- 뒤로 가기 — 그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을 전부 훑습니다. 저자가 이미 관련 문헌을 모아 놓았습니다.
- 앞으로 가기 — 그 논문을 인용한 이후 논문을 찾습니다. 주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가 드러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좋습니다. 그 논문의 저자가 그 뒤에 쓴 다른 논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정 주제를 계속 파는 연구자는 몇 명뿐인 경우가 많고, 그 사람의 목록이 곧 그 분야의 지도입니다.
또 하나 자주 빠뜨리는 자원이 학위논문 그 자체입니다. 학술지 논문만 검색하면 결과가 비어 보이지만, 같은 주제로 이미 석사논문이 몇 편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위논문은 학술지 논문보다 주제가 좁고 신생 영역을 먼저 다루는 경향이 있어, 희소 주제에서는 오히려 학술지보다 유용합니다. 게다가 학위논문에는 연구방법이 훨씬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설계를 참고하기에도 좋습니다. 검색 범위를 학위논문으로 한정해 한 번 더 돌려 보십시오.
3단계 — 인접 문헌으로 삼각형을 만든다

확장을 다 했는데도 본 주제 자체를 다룬 문헌이 서너 편뿐이라면, 이제 정면으로 다루지 말고 둘러싸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본 연구의 주제를 구성 요소로 분해한 뒤, 각 요소를 다룬 문헌을 따로 모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재직자의 원격근무 경험이 조직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문헌이 없다면 세 갈래로 나눕니다. 원격근무를 다룬 문헌, 중소기업 조직 특성을 다룬 문헌, 조직 몰입의 선행요인을 다룬 문헌입니다. 이 세 갈래를 각각 정리한 뒤, 세 갈래가 만나는 지점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시하면 그것이 곧 연구 갭 진술이 됩니다.
이때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인접 문헌을 본 주제의 문헌인 것처럼 서술하면 안 됩니다. 어떤 영역에서 무엇을 가져왔고, 그 영역과 본 연구 대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지를 반드시 밝히십시오. 이 차이 진술이 논문의 논리를 지탱합니다. 문헌을 쟁점으로 묶는 구체적 절차는 문헌고찰 작성법과 연구 갭 도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단계 — 이론을 빌려 오고 수정 지점을 밝힌다
선행연구가 부족한 주제는 이론적 틀도 함께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흔한 실수가 이론 없이 변수만 나열하는 것입니다. 심사에서 “왜 이 변수들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해법은 인접 분야에서 이론을 빌려 오되, 빌려 왔다는 사실과 빌린 이론이 본 대상에서 수정되어야 하는 지점을 함께 쓰는 것입니다. 세 문장이면 됩니다. 첫째, 이 이론은 원래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는가. 둘째, 본 연구 대상은 그 맥락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셋째, 그 차이 때문에 이론의 어떤 부분이 다르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세 번째 문장이 바로 연구 가설의 근거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선행연구가 없어서 못 쓰는 논문”을 “이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논문”으로 바꿉니다.
5단계 — 설계 자체를 문헌 상황에 맞춘다
문헌이 정말 희소하다면, 그 상황에 맞는 설계가 따로 있습니다. 문헌이 많은 주제에 어울리는 설계를 억지로 끌고 오면 논문이 약해집니다.
- 탐색적 질적 설계 — 검증할 이론이 없다면 현상을 기술하는 것 자체가 기여입니다. 사례연구나 심층면담 기반 설계가 적합합니다.
- 델파이 기법 — 문헌이 없어도 그 영역의 전문가는 존재합니다. 전문가 합의로 개념 구조나 요인을 도출하는 설계입니다. 절차는 델파이 기법 완전 가이드에 3라운드 설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 스코핑 리뷰 — 효과를 묻기 전에 그 영역에 무엇이 있는지 지형을 그리는 방법입니다. 문헌이 흩어져 있을 때 특히 유효하며, 설계 기준은 스코핑 리뷰(주제범위 문헌고찰)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척도 개발 연구 — 개념을 측정할 도구 자체가 없다면 도구를 만드는 것이 논문이 됩니다.
네 가지 모두 “문헌이 없다”는 조건을 약점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 방식입니다.
AI를 쓸 때 특히 조심할 것
선행연구가 희소한 주제는 AI의 환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조건입니다. 학습 데이터에 실제 문헌이 적으니 빈자리를 그럴듯한 조합으로 채웁니다. 존재하지 않는 저자와 학회, 실재하지 않는 연도가 매끄럽게 섞여 나옵니다.
그래서 용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 써도 되는 것 — 검색어 후보 넓히기, 같은 개념의 분야별 명칭 조사, 인접 영역 후보 제안, 이론 후보 제안
- 쓰면 안 되는 것 — 문헌 목록 자체를 받아 쓰기, 특정 논문의 결과나 수치를 물어 옮기기, 없는 연구를 있다고 서술하기
AI가 제시한 모든 문헌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직접 검색해 실재를 확인하십시오. 확인 절차는 논문 AI 환각 검증법과 가짜 인용 걸러내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헌이 없는 주제에서 지어낸 인용을 그대로 실으면, 심사위원이 그 분야 사람이라 곧바로 드러납니다.
심사에서 받게 될 세 가지 질문
선행연구가 적은 주제로 심사에 들어가면 질문의 초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답변을 미리 문장으로 만들어 두십시오.
- “정말 선행연구가 없습니까?” — 여기서 “찾아봤는데 없었습니다”라고 답하면 검색을 제대로 안 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대신 어떤 검색어로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언제 검색했고 몇 건이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십시오. 검색 이력을 표로 정리해 두면 이 질문은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 “그럼 이 이론적 틀은 어디서 왔습니까?” — 4단계에서 만든 세 문장을 그대로 말합니다. 빌려 온 출처와 수정 지점을 함께 밝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 “결과를 무엇과 비교할 겁니까?” — 3단계의 세 갈래를 비교 대상으로 제시합니다. 이 답이 준비되어 있으면 고찰의 빈약함에 대한 우려가 해소됩니다.
세 질문 모두 검색과 문헌 정리 과정을 얼마나 문서로 남겼는가에 답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하면서 검색어와 건수를 기록해 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주제를 바꿔야 하는 경우
모든 주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세 조건 중 둘 이상에 해당하면 주제 변경을 진지하게 검토하십시오.
- 다섯 방향으로 검색을 확장했는데도 인접 문헌조차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
- 자료 접근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대상 집단에 도달할 경로가 없다)
- 남은 기간 안에 실행 가능한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
주제를 바꾸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판단입니다. 다만 완전히 새로 시작하기보다, 지금까지 모은 인접 문헌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좁히는 편이 손실이 적습니다. 주제를 다시 정하는 기준은 논문 주제 정하기 완벽 가이드에서 관심 분야를 연구 질문으로 좁히는 절차와 함께 확인하십시오.
Tesify로 흩어진 문헌을 구조로 바꾸기
Tesify는 인접 영역에서 모은 문헌을 쟁점별로 묶어 이론적 배경의 뼈대를 세우고, 갈래가 만나지 않는 지점을 연구 갭 진술로 정리하도록 만들어진 AI 논문 작성 도구입니다.
고찰을 미리 설계해 둔다
선행연구가 적은 주제의 마지막 함정은 고찰이 빈약해지는 것입니다. 결과가 나왔는데 비교할 대상이 없어 “선행연구가 부족해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문장만 반복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자료 수집 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3단계에서 만든 세 갈래의 인접 문헌 각각에 대해, “내 결과가 이 갈래의 결과와 같으면 무엇을 뜻하고 다르면 무엇을 뜻하는가”를 미리 한 문장씩 적어 두십시오. 결과가 나온 뒤 이 문장들을 꺼내 쓰면 고찰이 채워집니다. 이 준비가 없으면 결과가 나온 뒤에 비교 대상을 찾느라 다시 몇 주를 씁니다.
원고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 인용 표기 점검도 함께 하십시오. 여러 분야에서 문헌을 끌어오면 표기 형식이 섞이기 쉽고, 인용을 빠뜨린 문단이 생깁니다. 제출 전에 표기 형식을 하나로 맞추고 인용이 빠진 문단이 없는지 확인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선행연구가 없으면 학위논문 주제로 쓸 수 없나요?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없는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검색어의 문제이며, 동의어와 상위 개념어, 영어 표현, 통제어휘로 다시 검색하면 문헌이 나옵니다. 그래도 없다면 인접 영역의 문헌으로 이론적 배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인접 문헌으로 이론적 배경을 쓰면 심사에서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표준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인접 문헌을 본 주제의 문헌인 것처럼 서술하면 안 됩니다. 어떤 영역에서 왜 끌어왔는지, 그 영역과 본 연구 대상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AI에게 선행연구를 찾아 달라고 해도 되나요?
검색어와 개념 계열을 넓히는 용도로는 유용하지만 문헌 목록 자체를 받아 쓰면 안 됩니다. 자료가 희소한 주제일수록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지어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받은 결과는 모두 데이터베이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주제가 너무 새로워서 이론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인접 분야에서 이론을 빌려 오고, 그 이론이 본 대상에 적용될 때 어떤 수정이 필요한지를 논문의 기여로 삼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는 이론 검증이 아니라 현상 기술을 목표로 하는 탐색적 설계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선행연구가 적으면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나요?
있습니다. 연구의 필요성을 논증하기가 훨씬 쉽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기여가 됩니다. 다만 비교할 대상이 없어 고찰이 빈약해지기 쉬우므로 인접 영역과의 비교를 미리 설계에 넣어 두어야 합니다.
정리 — 오늘 밤 순서
검색 결과가 세 편이라고 주제를 버리지 마십시오. 오늘 밤에는 세 가지만 하면 됩니다. 첫째, 쓰던 검색어를 동의어·상위어·영어·인접 분야 용어·통제어휘 다섯 방향으로 다시 검색하십시오. 둘째, 가장 가까운 한 편의 참고문헌 목록과 그 논문을 인용한 이후 문헌을 훑으십시오. 셋째, 주제를 세 요소로 쪼개 각 요소의 문헌을 따로 모으십시오.
이 세 가지를 마치면 대부분 스무 편 이상이 손에 남습니다. 그 스무 편을 쟁점으로 묶는 일부터는 Tesify에서 논문 초안 만들기에 초록을 넣어 구조를 받고, 갈래가 비어 있는 지점을 연구 갭 문장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